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CNN 방송, 영국 BBC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은 21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한반도 핵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비중있게 다뤘다.워싱턴포스트는 21일 중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문 기간중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둘러싼 대치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결론이 내려졌는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미흡하다고 한 뒤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와 가진 회담의 성공 여부는 차기 6자회담에서 북한이 괄목할만한 양보를 하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과 포옹하는 모습의 TV 화면을 언급하면서 "중국 지도부가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던 데 반해 김 위원장은 군복 스타일의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중국이 교조적 사회주의를 접으면서 벌어지기 시작한 양국간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 방송은 주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를 인용,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와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한 지 1주일도 안돼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BBC 방송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핵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카네기센터 아시아 안보 프로그램의 바실리 미헤예프 책임연구원은 22일 일간지 '브레먀 노보스티' 기고문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은 향후 중국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표시"라며 이는 최근 한반도 사태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러시아 역할이 능동적이지 못했음을 북한 정부가 직시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은 악화하는 이라크 사태와 11월 대통령 선거 등으로 북한과 외교적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상실하고 있고 한국도 대통령 탄핵 등 내부 문제로 북핵 문제에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고 중국 역할 강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2006년 분리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천명한 대만문제와 관련, 미국과 거래를 위한 카드로 김 위원장을 필요로 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한편 중국 신화통신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하고 북한 정부는 핵 문제를 대화로 푼다는 기본입장을 갖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등을 보도했다. 이 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와의 대화에서 "올해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해"라며 "중국의 새 지도부가 일관된 정책을 고수해온 데 대해 기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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