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보세요. 당신의 넷째 동서가 글을 올립니다.설을 하루 앞둔 1월 20일은 무척이나 날씨가 차가웠습니다. 당신은 이 날 우리 모두를 남기고 영원히 떠났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요.
형님은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가족들에게 먹일 만두속이며 갖은 명절 음식을 준비했지요. 형님이 만든 음식이 자신의 제사 음식에 쓰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형님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았지요. 가게를 운영하느라 밤을 새는 저희 부부에게는 "피곤할 테니 미리 오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요.
그렇지만 무언가 기분이 이상해서 가게를 일찍 닫고 형님 댁에 달려갔더니 형님은 "몸이 아프다"면서 누워 있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당신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형님 체온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렇게 쉽게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형님의 손발을 주무르자 형님은 "체한 것 같아서 오전에 손을 따고 청심환을 먹었어.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말했지요. 몇 시간이 지나자 당신은 너무나 허망하게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당신은 오로지 집안 식구들 걱정 뿐이었지요. 저희 부부에게는 "내가 몸이 아파서 밥을 못해. 쌀을 앉혀 놓았으니까 데워서 먹기만 하면 돼"라고 말씀하셨지요.
지금도 형님 집에 전화를 하면 형님이 낭랑한 음성으로 받아주실 것만 같습니다. 40여년 전 당신은 고향인 경기 연천에서 시집을 왔습니다. 새로 시집을 온 저에게도 관심을 쏟으셨지요. 지난해에 "남편의 개인택시 면허가 나왔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아주버님이 택시를 운전하면서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형님의 막내 아들 준이의 결혼식을 보고 가시지 그랬어요. 준이는 5월에 결혼합니다. 저희들이 야무지게 결혼 준비를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준이의 신부감도 참 착하고 예뻐서 마음에 듭니다. 형님을 생각하면 저는 너무도 해 드린 게 없어 마음에 걸립니다.
형님, 먼 훗날 언젠가 우린 만나겠지요. 웃으며 반겨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밤새도록 수다를 떨며 하기로 해요. 형님, 보고 싶습니다.
/이은화·서울 광진구 구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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