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끝난 뒤 노무현 정부 2기의 새로운 파워 그룹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김근태 원내대표, 김원기 국회의장 후보, 문희상 대통령정치특보 등 집권 2기를 이끌 여권의 실세 그룹들은 대부분 노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성향과 기반은 가지각색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노 대통령의 파워 그룹이 386 측근과 대선 승리에 기여한 여당 중진, '코드'가 일치하는 전문가 등으로 이뤄졌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386세대를 비롯한 노 대통령 측근 그룹(안희정씨)과 대선 공신(정대철·이상수 의원 등) 가운데 일부가 비리 혐의 등으로 파워그룹에서 밀려났다. 그 대신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 열린우리당의 힘이 커졌다. 지난 해에는 여당이 분당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바람에 청와대와 여당의 협력 채널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이 명실상부한 여당으로 재탄생함으로써 여권은 청와대 행정부 의회 등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노 대통령은 2·3인자 그룹과 측근들을 활용하고 이들이 서로 경쟁·견제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용인술로써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집권 2기 국정운영 목표인 상생의 정치와 개혁을 조화시키기 위해 앞으로 코드형 인사와 화합형 인사를 배합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당 얼굴인 정동영 의장, 원내 사령탑인 김근태 원내대표, 부산·경남세력을 대표하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 트로이카가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 사람은 정치 성향이나 지역 기반 측면에서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예비 대권주자인 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자리를 차지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의장과 김 전 지사는 차기 총리 후보로도 거명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개혁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권주자군을 총리로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노 대통령 직계들은 대체로 "대권주자를 총리 후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일부에서는 "대권주자들에게 장관직을 제의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당내의 노 대통령 측근·직계그룹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온 이광재 당선자, 염동연 당선자, 4·15 총선 때 영남권에서 낙선한 김두관 전 행자장관, 이강철 전 후보특보 등은 당 안팎에서 노심(盧心)을 퍼뜨리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의원도 당내 개혁당 출신들을 결집시키면서 노 대통령 기반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회와의 채널
문희상 대통령 정치특보는 청와대와 여당을 연결하는 채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노 대통령이 최근 밝혔다. 문 특보는 당·청간의 채널 역할을 하다가 나중에 당이나 행정부의 요직으로 옮길 수도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당선자는 주로 청와대와 국회·야당을 잇는 가교역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유 당선자도 청와대 정치특보나 주요 당직을 맡아 이 같은 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경제 관료 출신의 박봉흠 정책실장은 정책 분야에서 청와대와 여당·행정부를 연결하는 채널 역할을 맡는다.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완 홍보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도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활동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옮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대야 관계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여야 인사들을 두루 아는 이 철 김정길 전 의원이나 언론인 출신 등을 정무수석에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보 분야에서는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도 계속 중책을 맡는다.
국회 및 행정부
국회의장으로는 사실상 열린우리당 김원기 최고상임고문이 내정된 상태다. 6선인 김 고문은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노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 대통령 정치특보를 맡고 있다. 또 국회부의장으로는 5선의 김덕규 의원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행정부의 포스트로는 차기 총리에 누가 임명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재수 총리 졸업'을 선언한 고 건 총리 후임으로 '정치형 총리'를 임명할 경우에는 당내 인사가 유력하지만 '경제 총리'를 검토할 경우에는 전윤철 감사원장, 진 념 전 경제부총리 등도 거론될 수 있다. 고영구 국정원장 강금실 법무장관 허성관 행자부장관 이창동 문화부장관 등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에 더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향후 개각에서 중용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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