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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부정 편입학 수법/무전기로 수험생에 동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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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부정 편입학 수법/무전기로 수험생에 동시 전달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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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21일 S대 경영학과 편입시험장. 영어시험 종료 10분 전 응시생 13명이 왼쪽 손을 슬쩍 귀에 댔다. 이들은 허리에 무전기를 차고 있었고 손목 안쪽에는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이 부착돼 있었다.이들은 곧이어 이어폰에서 '지령문'처럼 흘러나오는 "하나, 둘, 넷, 삼, 둘"소리에 따라 수십개 문항의 답안을 한꺼번에 적어 내려갔다. 시험 감독자 2명은 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고사장 밖에서는 주모(30·구속)씨가 시험장에서 정답 파악을 위한 '위장 시험'을 보고 있던 박모(27·구속)씨로부터 무전기 신호로 정답을 전달받아 답을 불러주고 있었다. 23명 모집에 1,140명이 지원, 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날 S대 경영학과 편입시험에서 이들 13명은 전원 합격했다.

대학 부정 편입학시험은 치밀한 범행수법과 허술한 시험관리 때문에 가능했다. 부정시험을 주도한 주씨는 2000년 자신이 부정시험으로 K대 경제학과에 편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전문대 졸업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며 알게된 Y대 출신 황모(31·케이블TV 기자)씨로부터 정답 쪽지를 건네받아 시험에 합격했던 주씨는 이후 황씨와 함께 같은 수법으로 2001년 하반기까지 6명을 부정 편입학시키고 1,200만원을 벌었다. 2001년 말 황씨와 결별한 주씨는 인터넷 과외사이트를 통해 영어에 능통한 S대 졸업생 박씨를 만나 범행에 끌어들인 뒤 청계천에서 무전기 36대를 구입했다.

주씨는 편입학 관련 인터넷 카페에 '서울 상위권 대학에 영어를 몰라도 합격시켜 준다. 돈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뒤 내면 된다'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수험생들을 직접 면담, 신상명세서를 작성했다. 또 돈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활수준도 기록했고, 합격후 K대는 700만원, S대 등은 500만원을 받기로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편입시험 며칠 전부터는 K대 학생회관에서 수험생을 한 명씩 만나 무전기를 건네주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예행연습까지 철저히 했다. 주씨는 경찰에서 "응시생들이 무전기를 차고 있어도 아무런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시험에 응시한 박씨가 "신분증이 없다"고 했는 데도 시험을 허용할 정도로 관리에 허술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부정학생 전원 합격 취소"/대학 면접강화 등 대책부심

편입부정 연루 대학들은 뒤늦게 시험과목을 늘리고 면접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경찰 수사가 종결되는 대로 해당 학생 전원의 합격을 취소하고 이미 졸업한 학생의 경우 합격 취소를 근거로 학적말소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부분 대학이 이전에 다니던 학교의 성적과 영어성적 합산으로 편입생을 뽑고 있어 사실상 영어가 당락을 좌우하는 불합리가 생긴다고 보고, 가급적 전대학의 성적과 면접 중심으로 선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6월 중 수험생 동시퇴실, 호출기 무전기 휴대폰의 고사장 반입 금지 등을 명시한 '편입학 기본계획'을 각 대학에 내려 보내기로 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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