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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나는 새 휴대폰이 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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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나는 새 휴대폰이 더 불편하다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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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 지면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세대의 구분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이 세상에 유용한 지식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묻는 것이 더 많아졌다. 얘야, 이건 어떻게 하는 거니? 또 저것은 어떻게 하는 거니? 그런데 왜 네가 하면 잘 되고 내가 하면 안 되니? 하고.휴대폰을 바꾸었다. 먼저 쓰던 것은 7년 전에 산 물건이라 오직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만 있는, 거기에 메시지 녹음 기능 하나가 더 추가되어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 말대로 냉장고 절반만한 그것을 쓰면서 나는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불편은 오히려 새로 산 휴대폰에서 느낀다. 기능이 너무 많아 전화를 걸고 받는 기본 기능에 대해서조차 헷갈릴 정도다. 사용설명서를 암만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은 물건만 보고도 그걸 바로 알아버린다. 아이들은 기능을 알면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는데 문제는 그 많은 기능을 다 배운다 해도 실생활에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전화를 걸고 받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아날로그 세대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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