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황소개구리가 우리의 개천과 들녘에 퍼져서 토종 개구리들을 없애고 심지어 뱀까지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또 아름다운 개천과 강에서는 배스라는 서양 물고기가 토종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며 무법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한다.우리가 이런 외래 동물들의 번식을 우려하는 까닭은 그것들이 이미 있던 토종 동물들을 없애고 생태계를 교란하여 자연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약한 것과 강한 것의 먹이사슬이 균형을 이룰 때 모두가 공존하는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외부의 충격으로 생태계가 교란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불균형이 일어난다. 강자의 지나친 번식으로 약자가 사라지면 그 강자도 결국 죽고 마는 냉엄한 자연 법칙이 두렵다.
이런 생태계의 법칙은 생물뿐만 아니라 언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인 영어는 온 세계로 전파되어 토종 언어들을 잡아먹고 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6,000종 정도의 말들 중 21세기 중반이면 반이 사라지리라고 한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어도 이미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있다. 영어는 국어를 잡아먹으면서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영어 공용어론자들이 앞장서서 한국어를 어서 죽여야 한다고 선전하고, 아직도 굳건한 개발론자들은 촌스러운 토종말 대신 세련된 영어를 써야 돈을 많이 번다고 검증되지 않은 신앙을 퍼뜨리고 있다.
이들의 생각으로는 먹을 것도 없는 참개구리 따위 때문에 크고 기름진 황소개구리를 없애는 만행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나라의 온 개천이 배스로 가득 차면 먹을 것도 가득해지는데, 왜 보잘 것 없는 어름치니 쉬리 따위를 보존하겠다고 설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영어로 쓰고 말하면 미국사람도 알아듣고 한국사람도 사람다운 사람이면 다 알아듣는데 왜 굳이 한국어로 해야 한다고 강변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요즘 영어 전파와 한국어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의 이해 수준이다.
서울을 '브랜드화' 하려면 영어 우선, 외국인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서울을 '팔아주는' 사람의 99%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왜 문화적 소양이 있어야 하는지, 이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된다. 나는 이들의 행적을 소상히 적어 역사에 남기려고 한다. 훗날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이들은 그 자랑스러운 이름을 청사에 길이 빛내리라.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 /한림대 국제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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