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20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심판할 재판소를 이라크에 설치하고, 아흐메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의 조카인 살렘 찰라비를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살렘 찰라비는 이날 7명의 판사와 4명의 검사를 임명했으나 재판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로써 쿠르드족·시아파 대량 학살 등 사담 후세인의 반(反) 인도범죄에 대한 단죄와, "후세인을 괴물로 키운 것은 미국"이라는 변론이 맞서는 세기의 재판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내 후세인 재판소 설립은 후세인을 국제 법정이 아닌 이라크인의 손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대다수 이라크인들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최근 미군과의 휴전 조건의 하나로 이라크 내 재판 보장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망명객 출신으로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불신을 받는 아흐메드 찰라비 세력이 전면에 나선 것은 재판의 순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라크내 기반이 없는 찰라비 세력은 정치적 운명을 미국에 걸고 있어 미국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임시정부나 총선 후 출범할 정식 정부가 친미 재판소를 물갈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수니파를 제외한 대다수 이라크인들이 후세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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