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기간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에 주력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1일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톈진(天津)의 산업시설을 시찰했다. 톈진 방문은 방중기간 중 유일한 시찰 일정이었다.김 위원장은 오전 9시 승용차 편으로 베이징의 숙소를 떠나 1시간 뒤 장리창(張立昌)톈진시 당서기의 안내를 받으면서 '톈진경제기술개발구'의 유리공장 등을 방문했다. 유리공장을 택한 것은 2차 6자회담에 앞서 중국이 북한에 유리공장을 건설해주기로 약속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유리 차창이 없는 기차, 나무판지로 댄 가정집 창문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유리가 부족하다.
곧 이어 김 위원장은 톈진 제1초대소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톈진 기차역에서 베이징시의 농촌마을을 시찰하고 돌아온 박봉주 내각 총리와 합류, 평양으로 떠났다.
당초 김 위원장은 귀로에 선양(瀋陽) 등의 공업단지를 시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평양으로 직행했으며, 22일 오전 평양에 당도할 것으로 보인다.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에 동승,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東)까지 동행했다.
톈진 일정이 진행될 즈음 박 총리는 베이징(北京)의 시범 농촌 마을인 팡산(房山)구 한춘허(韓村河)를 방문했다. 한춘허는 197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이 추진한 협동농장인 인민공사 체제가 유지되면서도 모범적으로 성공한 농촌이다. 이곳은 2년 전부터 중국정부가 농촌 현대화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학자 등이 베이징에 오면 들르는 곳으로 이번 박 총리의 방문 이후 북한이 한춘허식 집체 농업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이 한춘허를 방문할 것으로 짐작하고 한춘허에서 취재활동을 벌이던 한국 KBS 기자 등 취재진 10여명이 중국 공안에 연행됐다가 박 총리가 떠난 직후인 풀려나기도 했다.
김 위원장 방중에 함구로 일관하던 중국 언론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향한 직후인 오후 3시부터 일제히 김 위원장 방중소식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CCTV는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포용하는 장면과 함께 김 위원장이 장쩌민 중앙군사위 주석과 만날 당시 "닌하오(안녕하십니까)"라면서 장 주석을 포옹하는 장면 등을 잇따라 보도했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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