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부하를 질책할 때 흔히 사용되는 'X같으면 하지마' 등 언행이 언어폭력으로 규정돼 한 장교가 중징계를 당했다. 육체적 가혹행위가 아닌 경멸적인 언어사용으로 장교가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선 장병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점에서 향후 병영문화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육군은 21일 부하 직원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언사를 계속한 육군본부 B대령에 대해 정직 및 감봉 3개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B대령에게는 병영 내 인격 존중과 건전한 언어문화 정착을 위해 육군이 지난해 8월 제정해 각 부대에 하달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의 언어폭력 금지 규정이 최초로 적용됐다.
육군에 따르면 B대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보고서의 기호 사용 등 사소한 실수를 문제 삼아 부하 장병과 군무원에게 인격모독성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대령은 직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X같으면 하지마' 'X같지' '평정에 반영하겠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 등 경멸적인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으며, 일부 장병은 이로 인해 심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었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이번 징계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병영생활 행동강령이 실제로 적용됐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병영문화 개선 없이는 사고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육군의 판단에 따라 제정된 이 강령에는 '할 줄 아는 게 뭐냐' '이등병만도 못한 놈' '영창갈래' '자식이 너 닮을까 걱정된다' 등 구체적인 언어폭력 금지유형이 제시돼 있다. 또 쫄따구(졸병), 군바리 등 은어 및 저속한 용어도 사용금지목록에 포함됐다. 심한 욕설이 아니더라도 이 같은 용어를 쓰는 병사는 영창 입영 또는 기본권 제한, 간부는 징계를 당하게 되며 심할 경우 협박죄와 모욕죄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육군 관계자는 "언어폭력 처벌이 비현실성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번 조치로 병영문화 개선에 대한 육군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일부에서는 "부하에 대한 언행을 문제 삼아 중징계한 것은 과잉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B대령은 폭언부분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징계 절차상의 문제점을 들어 인사소청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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