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20일 기자와 통화한 모 프로구단 단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날 올림픽대표팀 선수 차출을 위해 각 구단에 보낸 협조공문 때문이었다. 내용은 다음달 1일 중국 창사에서 열리는 올림픽 지역 예선 중국과의 5차전에 대비, 21일부터 선수들을 소집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단장은 "이렇게 되면 24일 프로축구 경기는 어떻게 되느냐"며 "그 동안 올림픽팀과 성인 대표팀에 선수들을 다 내줘 동계훈련에 차질을 빚고 팀 성적도 떨어졌는데, 과연 프로축구 발전 없이 대표팀 성적만 좋으면 한국축구가 잘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각 구단들의 반발로 올림픽 대표팀의 소집 일자는 24일 밤으로 늦춰졌다.
이러한 일은 선수 차출을 둘러싸고 프로구단과 대한축구협회가 해마다 반복해 벌이는 갈등의 한 단 면이다. 물론 양측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축구행정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매년 구단 운영을 위해 1년에 100억원씩 쏟아붇는 프로팀들이 더 이상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이상 협회와 팬들이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연연해선 안된다. 어느 나라든 축구발전의 토대는 프로리그이고, 이것이 활성화해야 축구수준도, 국가대표팀의 성적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대표팀의 성적보다는 프로팀에 지원과 성원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국민의 월드컵 16강 진출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1년여 넘게 선수들을 대표팀에 내줬지만 그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이제는 프로축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가대표팀 운영체제를 바꿔야 할 시기"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국내 프로리그의 기반은 취약하다. 각 구단들은 해마다 수십억씩의 적자를 내며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를 매개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구단의 입장에서 볼 때 구단의 재산인 선수를 축구협회가 국익(대표)을 앞세워 함부로 차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올법하다.
또 축구협회가 지난해 300억원 가량의 수익(월드컵 이월 잉여금 제외)을 올렸는데 과연 구단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는 반문도 뒤따른다. 이 수익의 대부분은 구단 선수를 차출, 대표팀간 A매치를 치르거나 방송중계로 얻은 것이므로 이익의 일부라도 각 구단에 돌려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어쨌든 프로구단의 이 같은 논리에 동의하든 안 하든, 축구발전을 위해 각급 대표팀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프로구단 활성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귀를 기울일 때가 된 것 같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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