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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정책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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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정책의 불확실성

입력
200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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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다음날인 16일,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한 실장이 한 말의 핵심은 '정부 정책이 왼쪽으로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의 과반 확보와 민주노동당의 대거 의회 진출에 따라 정책 방향이 왼쪽이 될 것이 아니냐는 국내외 예상에 대한 답변이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무엇보다 경제 부문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서구 각국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이날 총선과 관계없이 정부 경제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총선을 분석하면서 기득권층에 반대하는 젊은 진보세력이 친 기업적인 엘리트 중심의 정치체제를 무너뜨렸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들 젊은 계층은 시장 친화적 정책과 고도성장이 가져다 준 안락함을 즐기면서도 재벌의 정치·경제적 우위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도 같은 시각이다. 김 교수는 한 대담에서 참여정부 지지세력은 과거 고성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결과만을 맛본 사람들이어서 책임보다 권리를 더 많이 주장한다고 말했다.

■ 총선 후 첫 당정협의가 19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부총리는 '정치 논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성장 우선과 시장 경제주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상했던 대로다. 이날 협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김근태 우리당 원내 대표의 답변이다. 그는 경제 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 선진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과 경제를 살려야 된다는 두 가지 목표는 상충되는 점이 있다며, 원칙을 지키면서 단기적인 경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의견을 나누자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문제가 또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 당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악화하고 있는 고용 불안,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개인 부채가 우선 거론된다. 그렇다고 구조개혁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우리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개혁은 잘 하다가도 잠시 소홀히 하면 더 큰 손실을 가져온다.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경우가 있을 정도다. 이번 총선으로 참여 정부는 이제 더 이상 핑계가 없어졌다.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확실한 방향과 방침을 밝혀야 한다. 불확실성이 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면 앞날은 암담할 뿐이다. 원칙과 단기 대책 논의가 장기화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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