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속에 어느 선비가 길을 가다가 목이 말라 염치 불구하고 동네 우물가에 들렀다. 그때 마침 한 처녀가 물을 길으러 우물가로 나왔다. 물 한 바가지를 청하는 선비에게 처녀는 물 위에 버들잎 한 잎 따서 띄워준다. 급히 마시다가 기갈 들지 말라는 뜻이다.요즘은 시골에 가도 우물이 있는 동네가 드물다. 집집마다 깊게 땅을 파서 부엌에서 바로 지하수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예전에 있던 우물을 위험하다고 모두 메워 자취만 남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 우물 안에도 참 많은 것이 있었다. 깊은 우물 속엔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마을 지킴이가 살고, 얕은 우물 속엔 도롱뇽과 때로는 개구리까지 뛰어 들어와 함께 살았다.
우물 안쪽으로 쌓은 석축에 파래처럼 푸른 청태가 끼면 동네 엄마들이 모여 우물을 치고 청소를 한다. 그때에도 개구리는 우물 밖으로 쫓아도 도롱뇽은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둔다. 그건 왜 놔두냐고 물으면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도롱뇽이 사는 우물물은 임금님 떠다 받쳐도 된다고. 그만큼 깨끗한 물에만 산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 봄, 문득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