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한 지도부가 북 핵 문제와 경제난 등 당면과제 해결에 상당히 절박해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김 위원장은 2박3일 동안 베이징(北京)에 머물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 및 국가 주석,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쩡칭홍(曾慶紅) 국가 부주석 등과 차례로 회담을 갖는 등 중국 최고위층 지도자와의 교감에 진력했다. 2000, 2001년 방중이 개혁·개방 현장 체험 위주였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핵 문제 해결 방안 조율 양국관계의 복원 경제난 및 개혁·개방에 대한 지원 등 핵심 현안에서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도 광범위한 합의를 도출하고 긍정적인 성과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북 핵 돌파구 열리나
전 세계의 관심은 북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어떤 대화가 오갔느냐에 집중됐다. 북한과 중국은 일단 6자회담 지속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6자회담 프로세스가 소강상태였던 만큼 북한의 대화 의지 재확인은 적지 않은 소득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의 외교가에선 북한의 한 고위소식통이 북한 최고인민회의 명의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던 점 등을 들어 북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시도하는 북한의 협상 행태 등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먼저 유화적 입장을 제시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북중 우호관계 복원
불편했던 양국관계도 정상화 궤도로 재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방중의 주된 초점이 지도자간 신뢰구축에 맞춰져 있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은 우호관계의 지속 발전 및 공고화에 인식을 같이 했고 양국관계를 심화·풍부하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징적 예가 김 위원장과 장쩌민 중앙군사위 주석의 20일 회동이다. 북중 관계는 2001년 9월 장 주석의 방북 때 크게 틀어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개혁·개방 협조
김 위원장은 중국 정부의 동북3성 개발계획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연계하자고 적극 요청했고, 원자바오 총리 등도 이에 긍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양측이 경제 건설, 농촌 발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경제·무역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대규모 경제 지원과 개혁·개방 경험 전수를 약속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입장 변화를 그 조건으로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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