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와 크게 다르게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15대 총선(1996년) 예측에서는 원내 1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 여부를 잘못 짚었고, 16대 총선(2000년)에서는 1, 2당의 순서가 뒤바뀌는 엄청난 오류를 범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제 1당인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는 예측했지만 1당과 2당의 의석수를 오차 한계 범위를 넘어서 예측했다.
각 방송사의 예측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MBC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확보, 한나라당의 개헌저지선도 확정적이다', SBS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확보는 확정적이나 한나라당의 개헌저지선 확보는 불투명하다', KBS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확보나 한나라당의 개헌저지선 확보 모두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런 예측 기조는 각 방송사가 예측을 토대로 심사숙고해 조정한 수치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개헌저지선 확보는 확실하고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유동적이라는 예측이 가장 실제에 접근한 것으로 보여 3개 사 모두 예측의 기조부터 흔들렸다고 볼 수 있다.
지역구 의석 전망도 마찬가지로 큰 오차를 보여 방송 3사의 예측은 그야말로 총체적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방송사별 문제점을 살펴 보면 오차범위를 4.7%∼15.4%로 보았는데도 1당과 2당의 의석수 차를 적게는 54석에서 많게는 68석으로 예상했다. 이는 실제 의석수 차이 31석에 비해 23∼37석이나 벗어난 것이다. 정당별 득표비율도 MBC는 열린우리당 37∼43%(21∼23석), 한나라당 31∼35%(18∼20석), KBS는 각각 41.4%(24석), 33.8%(19석)을 전망하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 비율 38.3%(23석), 35.8%(21석)를 고려해 볼 때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오차범위 내에서 맞춘 방송사는 한 곳도 없었다.
사실상 모든 예측이 오차범위를 넘어섰는데도 방송사에서는 개표 중계 방송 과정에서 이를 해명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심지어 일부 방송은 예측이 빗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95% 신뢰구간에 표본오차가 갻1.9%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출구조사에 근거한 이번 개표 방송은 '방송 사고'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 방송도 책임 있게 대처하지 않은 것을 보면 평소 각 방송사에서 하는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렵다. 이번 총선 예측이 매우 어려웠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KBS와 SBS의 예측의 괴리가 너무 큰 것은 조사 결과를 어떤 식으로든 '연필로 고치는 조정(penciling)'을 했음을 의미한다.
그 괴리가 너무 큰 데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유감이다. 이는 방송사의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도 방송사들은 무엇이 예측 오류를 발생케 한 원인인지를 정직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 예측 방송은 방송사가 주관하는 다른 여론조사의 신뢰성까지 불신하게 만든다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각종 예측 방송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보화시대에 시청자들은 단순히 알 권리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재원 한양대 디지털 경제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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