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표는 예상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호황)과 내수(침체)간 양극화의 골은 여전히 깊기만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4·4분기에 발표한 5.3%에서 5.5%로 상향 조정했지만, 내수는 오히려 회복세가 더뎌져 양극화의 그림자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수정 전망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폭. 수출은 당초 11.8%에서 16.6%로 증가폭이 확대되고, 수출과 내수의 괴리를 나타내주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당초 74억달러에서 166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은 당초 제시했던 4.5%와 9.8%에서 3.2%, 8.5%로 각각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민간소비는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0.1% 늘어나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1.0% 감소한 것으로 분석돼 예상했던 것보다 소비와 투자위축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는 2분기에도 2.5% 증가에 그치고 하반기 이후에나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결국 올 한해도 '수출에 기댄 성장'이 이뤄져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기대했던 것 만큼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5∼31일 국내 6,05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올 1·4분기 중 제조업 경기가 대·수출기업과 중소·내수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1분기 매출BSI(기준 100)가 96으로 부진한 가운데, 대기업 매출은 108로 전망치(102)보다 높았고 수출기업도 104(전망치 112)로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중소기업은 94(109), 내수기업은 93(107)으로 매출이 감소, 극심한 대조를 보였다.
2분기 매출 BSI는 목재·종이·인쇄만이 95로 내림세를 이어가고 반도체(133), 조선(111), 기계(113), 철강(121), 전자(125) 등 전업종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기업(122)과 중소기업(115), 수출기업(121)과 내수기업(115)간의 매출격차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KDI의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인 경상수지 흑자폭을 균형상황이라고 볼 수 없으며, 수출과 내수의 격차를 확대시키지 않도록 환율정책 등을 펴야 한다"고 정부의 환율방어에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 활황으로 경제전반의 총수요는 회복되고 있어 부양정책의 필요성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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