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스페인 철군 결정과 이라크 주권이양 등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6월 말 주권이양과 새로운 유엔 결의안 채택 등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양측이 또다시 갈등 관계로 발전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19일 베를린에서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외무장관과 만나 이라크 주권 이양 일정을 예정대로 지키고 유엔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독일은 또 스페인의 철군 결정에 대한 백악관의 비난을 반박했다. 발터 린드너 외무부 대변인은 "스페인 정부가 철군을 결정함으로써 테러리즘에 굴복한다는 비판론에 대해 독일은 단호히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는 스페인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 담당 대표도 "EU는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집권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거들었다.
한편 스페인군 철수와 함께 다급해진 미국측으로부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라크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흘러나오자 나토측은 분명한 거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알레산드로 미누토 리초 나토 사무차장은 나토가 스페인군이 철군한 공백을 메우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라크전은 나토의 작전이 아니며 나토가 대체할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등 나토 내 주요 반전국들은 이라크 신정부와 유엔의 요청이 없으면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혀왔다.
지난해 이라크 전쟁 강행을 둘러싸고 최고조에 이르렀던 독일·프랑스 등 유럽 내 주요 반전국들과 미국의 갈등은 지난해 말부터 점차 진정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서는 전후 이라크 안정화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고 독일이나 프랑스도 이라크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해 어느 정도 미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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