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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고속철 개통에 격려의 말 너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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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고속철 개통에 격려의 말 너무 적어

입력
200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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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돈이 부족한 유학생 신분으로 기차를 타기는 쉽지 않다. 필자가 머물렀던 버밍엄―런던 구간은 승용차나 기차로 2시간 이내인데 서울―대전 구간과 비슷하지만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기차 요금이 너무 비쌌으며 월요일 아침에는 16만원까지 올라가는 버진 트레인 요금제도에 영국인들조차 불평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이제 국내에 고속철도가 개통되어 서울―대전 구간을 단 50분이면 간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많은 영국인들이 이 열차를 타면서 증기기관차로 세계 철도역사를 썼던 과거의 영광을 생각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기차를 타고 유럽을 여행해 보면 사람의 이동이 적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기차 요금이 싸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기차는 서민의 발이다. 또한 시골 간이역 앞에 섰던 장을 연결해 주는 낭만 어린 기차의 기억이 나와 같은 중년의 국민들에게는 남아 있다.

어렸을 때 못을 철길에 놓고 납작하게 칼처럼 만들어 가지고 놀려고 레일에 귀를 대고 기차 오는 소리를 듣던 기억에서부터 레일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얼마나 오래 걷는지를 시험 삼아 뒤뚱거리며 마냥 걷던 기억, 지루한 여름 햇볕 아래서 끝없이 펼쳐진 침목을 밟으며 학교에 가던 기억, 소주를 마시고 삶은 계란을 먹던 낭만의 완행열차에서 폼 잡던 새마을호에 이르기까지 온갖 세월의 추억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바람보다 빠른 고속열차에 몸을 싣고 신기해 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보며 운 좋게 마지막까지 고속철도를 준비한 공무원으로서, 고속철도 개통을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오늘의 고속철도를 개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산업현장에서 밤낮으로 노력했던 바로 우리 앞 세대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또한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그 편리함을 맘껏 누리면서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좀더 안전한 고속철도를 건설하여 더욱 편리한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개통 초기의 미숙함에 대한 질책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몇 달째 집을 떠나 가족조차 멀리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동료 직원들을 보면서 국민들과 언론에 격려 차원에서 조금이나마 칭찬을 해주십사고 부탁한다면 과욕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나라도 질책보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강길현 철도청 고속철도계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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