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유랑해온 부실기업들의 새 주인 찾기가 활발하다. 특히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졸업한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을 위시해 굵직한 매물들이 한꺼번에 인수합병(M& A)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인수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금융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대우종합기계 등 워크아웃 이후 실적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는 옛 대우 계열사와 한보철강, 진로 등 법정관리기업들의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이달 말 매각주간사 선정을 앞두고 벌써부터 미국의 벡텔과 파슨스, HRH 등 세계적인 건설업체들의 물밑 인수전이 치열하다.
여기에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LG건설, 포스코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도 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대우종합기계도 최근 매각 주간사인 CSFB가 인수의향서를 받은 결과 한화, 팬택, 효성, 영안모자 등 국내외 30여개 업체가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관리공사와 채권단은 다음달 중 이들 업체 가운데 방위산업 부문에 5∼6개, 일반기계부문에 5∼6개씩 예비 후보를 골라 실사 기회를 준 뒤 최종 입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한보철강의 경우 국내외 15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가운데 포스코-동국제강 컨소시엄과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을 비롯한 10개 업체로 후보가 압축된 상태.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예비실사(5월 3∼14일)에 참여할 업체를 10곳을 선정, 회사설명 자료를 발송했다.
괜찮은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줄곧 금융분야에만 치중했던 외국계 펀드들도 입질에 나서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이나 투자 펀드들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비금융사 매각에 단독 혹은 컨소시엄 형태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한보철강 인수전에 외환은행을 사들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제일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을 들여놨고,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서는 미국계 펀드 칼라일과 투자은행 JP모건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중인 국민 소주 기업 진로는 골드만삭스가 일찌감치 인수 선언을 한 뒤 대한전선 등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제일은행 대주주인 미 뉴브리지캐피탈은 하나로통신을 사들인 데 이어 콜로니캐피탈, 파라다이스 등과 손을 잡고 SK로부터 워커힐호텔을 인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향후 쏟아질 매물에 대한 해외 투자기관들의 관심도 높다. 업계에서는 론스타, JP모건, 칼라일 등이 이들 기업의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 펀드 인사는 "중소형 보험사와 증권사, 그리고 LG카드 정도를 제외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기관 매물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특히 현 정부가 금융기관이 해외자본에 넘어가는 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비금융사 매물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hispeed@hk.co.kr
이영태기자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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