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묘미는 승부를 가리는 경쟁에 있다. 또 그 경쟁이 공정하고 치열할수록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반대로 특정 팀이 '누워서 떡 먹기'식으로 우승할 수 있는 불공정한 경쟁이나 강도가 약한 경쟁은 재미를 찾는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진다.먼저 불공정 사례는 프로리그에서 한 사람이 여러 구단을 소유하고 있거나 우애 깊은 형제가 같은 리그에 구단주로 참가할 때 생길 수 있다. 트레이드가 허용되는 시점까지 페넌트레이스를 지켜보다가 될성싶은 구단에 나머지 팀의 좋은 선수를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프로야구 초창기인1890년대 내셔널리그의 일부 구단주들이 선수 몰아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결과 1890년부터 10년간 욕심 많은 3개 구단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번갈아 할 수는 있었지만 전체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고 말았다. 불공정한 경쟁으로 '재미'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눈치 챈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의 강도 때문에 스포츠 팬의 관심이 멀어진 사례는 과거와 최근의 남북 팀간 대결에서 찾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북의 경기는 최고의 빅카드로 온 국민의 관심사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미전이나 한일전에 밀리고 있다. 실제로 예전에 실시되었던 대표팀 축구선수의 1경기 당 평균 주파거리 조사에 의하면 일반경기보다 한일전이 많았고 한일전보다는 남북전이 많았다. 지금 비교자료는 없지만 유니버시아드 게임에서 북한선수에게 보여준 관중들의 성원을 보면 경쟁의 강도가 약해졌을 것으로 짐작되고, 약해진만큼 흥행가치는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경기의 주최측은 경쟁'의 재미가 사라지지 않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필요악이라는 선수보류제도(Player Reservation System)를 포함해 타 구단선수 접촉금지 협약, 비주전선수 보호제도 및 신인 드래프트 제도, 보유 총선수 제한제도 등이 그런 장치들이다. 대부분의 프로리그가 도입하고 있는 이러한 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완전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발휘할 수 있다.
국내리그에도 이런 제도는 다 갖추고 있지만 유달리 형제구단이 많다는 게 걸린다. 다른 분야에서는 몰라도 스포츠 계에서는 절대로 발휘되어서는 안될 '형제구단 간의 우애'를 막을 제도적장치를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없을까.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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