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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신문 지지정당 표명 검토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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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신문 지지정당 표명 검토할 만

입력
200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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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을 마친 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판가름 났지만, 방송과 신문의 공정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MBC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발언을 잘못 전달하고, 총선연대의 낙선 대상자 명단 보도와 모 신문의 총선개입의혹제기 등으로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KBS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축소보도와 선거를 앞둔 탄핵장면 보도가 야당으로부터 불공정 보도라는 항의를 받았다.선거기간 중 방송이 공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었던 것과는 달리 일부 신문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적극 밝힐 것을 주문 받았다. 대부분의 신문이 중립성과 객관성을 내세웠지만, 실제 보도와 논평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방송은 정치적으로 엄격한 중립성을 요구 받는다. 방송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상반되는 주장을 균형 있게 다루도록 '공평의 원칙(Fairness Doctrine)'을 적용 받았다. 1949년 시행된 이 제도는 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크게 기여했지만, 쟁점이 될만한 주제를 회피하도록 만드는 '냉담 효과(Chilling Effect)'를 낳고, 정부의 방송개입을 초래한다며 1987년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런 정신은 다른 법에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선거보도에서 폭 넓게 규제 받는 방송과 달리 미국 신문의 경우 대통령 선거 때마다 사설을 통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다. 이들 신문의 특정후보 지지는 여론과 국가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헌법적 권리로 간주될 뿐, 언론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지적과는 무관하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선거 때 신문사가 특정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방송과 신문의 공정성 평가를 위해서는 이들 매체의 탄생과정과 소유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송은 시민의 공적 재산인 희소한 전파자원을 신탁(信託) 받은 방송사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까닭에 공익성 추구를 강하게 요구 받는다. 그러나 신문은 특정 정파나 개인의 인쇄시설 소유에서 출발했다. 신문은 프랑스시민혁명 과정에서 시민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한 전통을 갖고 있고, 영국과 미국에서 이념적 차이로 분화된 정당으로부터 지원받아 당파적 성격을 띤 역사가 있다. 신문의 당파성이 약화된 것은 정당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다수의 독자를 확보하고 홀로서기 위해 객관 보도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보도와 관련된 기자협회의 여론조사에서 사주와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를 우려하는 기자들이 절반을 넘고 있듯이 신문보도는 객관성을 추구하면서도 소유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양면성을 지닌다.

따라서 이제 방송과 신문 보도의 기대수준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즉 시민의 공적 소유인 방송의 공정성은 객관성과 형평성 등 외적 측면뿐만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진실을 찾아 계도하고 감시하는 것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개인의 사적 소유인 신문의 공정성은 사설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되, 보도에서는 객관성과 형평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럴 때 방송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신문은 사주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이진로/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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