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노무현 후보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체결한 '용인땅 매매'는 매매를 가장한 불법 자금거래가 아닌 '호의적 거래'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그러나 당시 매매에 대해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와 다른 이례적인 사정들이 엿보이지만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혀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매매 과정
강씨는 노무현 후보가 운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부채 문제에 대해 2002년 4월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해 국민부담을 초래했다"고 정치공세를 펴자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와 이 문제를 상의했다. 강씨는 직접 장수천의 채무를 변제하려 했지만 무상 채무 변제의 경우 불법 정치자금 시비를 낳을 수 있어 이씨 소유의 용인땅을 매수한 뒤 그 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같은 해 8월 이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강씨는 매매대금으로 총 19억원을 안씨를 통해 이씨에게 전달했고 이씨는 그 돈으로 장수천 채무를 변제했다.
검찰은 그러나 계약 해약 이후에도 강씨가 이씨에게 대금을 지급한 점, 해약 후 지금까지 이씨가 강씨에게 매매대금을 돌려주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용인땅 매매'는 노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매매'로 보인다"며 강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가장 매매 단정 못해"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는 20일 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매매대금과 계약체결 과정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부 다른 점, 해약 후에도 강씨가 이씨에게 잔금을 주고 이씨는 지금까지 매매대금을 반환하지 않은 점 등은 일반적 부동산 매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례적인 사정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노 후보를 도우려는 강씨와 이씨 사이에 이뤄진 '호의적 거래'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강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사돈 횡령 및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강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5억원 등을 선고했고, 안씨와 최도술씨 등으로부터 12억9,000만원을 받은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