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과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삼국지로 유명해진, 패장에 대한 대처방식이다. 읍참마속은 제갈공명이 포진 잘못으로 전략 자체를 와해시켜 버린 측근 마속을 군령대로 목을 베고 울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반면 현실 역사의 승자 조조는 조인이 3만의 군사로 3,000에도 못 미치는 유비군에게 패하고 돌아왔을 때 "지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처벌을 하지 않는다.
지난달 26일 서울시교육청 모의 학력평가로 수능을 향한 수험생의 모의고사 대장정이 시작됐다.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하기 힘든 시험에서의 실수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제갈공명식이 좋을까, 아님 조조 방식일까. 결론적으로 사전 마음가짐은 제갈공명, 사후 대처는 조조가 맞다고 본다.
시험을 치르다 보면 실수를 자주 하기 마련이다. 선입견으로 혹은 계산 실수로, 답안지 마킹을 잘못해 몇 개의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실수의 함정이 대입의 분수령인 수능에서 되풀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일단 시험을 보기 전 마음 자세는 읍참마속의 결연함이 필요하다. 실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당연히 모의고사도 실전과 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평소 실수를 없애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낭패를 본다는 생각으로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 만약 수학에서 연산실수를 했다면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수없이 다짐해야 한다.
내 경우 한의대 진학을 위해 뒤늦게 수능을 준비하면서 더하기, 빼기를 잘못해 틀렸을 때는 초등학교 1학년 짜리 딸의 수학문제집을 한 권씩 풀었다. 2+9=11, 3+8=11, 4+7=11과 같이 단순한 문제를 반복하는 벌을 주었다. 의미 없는 짓으로 보일지 몰라도 한 문제마다 답을 달면서 "다음엔 절대로 연산실수를 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약한 수학에서 실수까지 하면 안 된다. 다음에 연산실수를 또 하면 바보다"라고 다짐했다. 길거리의 간판에 적혀있는 전화번호 숫자를 이용해 더하기 빼기 연습을 며칠 동안 하기도 했다.
시험을 치른 후에는 조조의 관대함과 치밀함이 필요하다. 모의고사는 단점과 결점을 보완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한차례의 모의고사에 낙담과 자포자기는 금물. 수능까지 학습의 구멍을 찾고 메우는 과정이라고 대범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모의고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약한 부분과 문제점을 세세히 파악, 공부전략을 수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실수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를 잘못 읽어서 틀렸다면 문제를 읽을 때마다 중요한 포인트에 줄을 치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 수학에서 주어진 조건을 간과해 틀렸다면 문제를 다 푼 뒤에 제시된 조건을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연산실수가 많다면 풀이과정을 깨끗하게 써놓고 시간이 되면 검산을 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꼼꼼하게 점검하는 이런 행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문제 당 1∼3초가 더 들어갈 뿐이다. 첫 모의고사에서 "실수로 몇 문제를 틀렸다"고 쉽게 넘기는 학생이 많다. 시험의 목표는 내가 아는 100을 100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실수 줄이기도 엄연한 실력이다.
황치혁/황&리 한의원장 겸 수험생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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