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이혼율은 '2쌍 중 1쌍'일까, '11쌍 중 1쌍'일까. 지난해 12월말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에 달해 곧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 등의 발표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19일 "이혼율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통계적 오류를 지적하고 나섰다.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모대학과 공동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2002년 한해 동안 결혼 30만6,600건, 이혼 14만5,300건으로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이며, 이는 미국(51%) 스웨덴(48%)에 이어 세계 3위라고 분석했다. 또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이혼율이 50%를 넘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특정 연도의 '결혼건수 대비 이혼건수'를 이혼율로 산정한 복지부 방식에 대해 "그 해 결혼한 부부가 이혼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어 통계로서 인용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방식대로라면 특정한 해에 결혼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경우 이혼율이 100%를 넘을 수도 있어 "연도별 결혼건수와 이혼건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판단이다.
법원행정처는 또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통계청이 채택한 조이혼율(粗離婚率)도 유럽의 이혼율과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조이혼율은 해당 연도의 이혼건수를 총인구로 나눈 뒤 1,000을 곱해 산출하는 천분율. 법원행정처는 "유럽의 경우 사실혼 관계만 맺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부적합하고, 이 경우 청소년이나 미혼자 등 결혼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이혼율 계산에 포함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정확한 이혼율 산출을 위한 대안으로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총 결혼횟수 대비 총 이혼횟수를 이혼율로 산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결혼 경력자의 총 결혼 횟수는 2,815만6,405건, 총 이혼 횟수는 262만3,659건으로 이혼율은 9.3%여서 '11쌍 중 1쌍'이 이혼한 셈이 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공식 이혼율 산정방식의 부재로 기관별 통계가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정확한 통계로 혼란을 해소하고 이혼에 대한 심리적 도미노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연말의 발표는 이혼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통계방법 중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법원행정처의 통계가 정확할 지는 모르겠으나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분모 집단이 너무 커 변동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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