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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앗! 이중생활이 들통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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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앗! 이중생활이 들통날 위기…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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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코미디영화가 저지르고 있는 실수, 아니면 게으름 하나. 영화 전편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재미있는데 전체적으로 아귀가 꽉 맞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초반 '빛나는 5분' 이후 산만해져 막판 가서는 답답할 지경이다. 도대체 그 많던 재미난 에피소드는 뭘 위해 있었나.김경형 감독의 '라이어'는 이런 오류에서 한두 발짝 비켜선 영화다. 톡톡 튀는 에피소드가 거의 없는데도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탄력이 붙는다. 지금도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라이어(Run for Your Wife)'가 주는 원작의 힘일까. 아니면 지난해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출한 감독의 힘일까. 초반의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코미디'는 막판에 접어들수록 '그렇고 그런 에피소드들'로 놀라운 화음을 들려준다.

영화는 한마디로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를 한 주인공들의 이야기.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택시기사 만철(주진모)은 하루를 정확히 절반씩 나눠 두 집 살림을 한다. 새벽 3시에는 혼인 신고한 명순(서영희)에게로, 한숨 자고 일어난 아침 7시에는 동거녀인 정애(송선미)에게로. 그의 친구 상구(공형진)도 모르는 '아내 2명, 행복 2배'인 삶이다.

그러나 만철의 생일날 밤 터진 어이없는 일로 만철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그가 심야 운전을 하다가 차 사고로 탈옥수 신장원을 붙잡게 된 것. 현상금 3,000만원이야 굴러들어온 복이지만, 문제는 몰려드는 기자와 경찰이다.

자칫하면 그의 이중생활이 들통날 위기. 만철의 최초의 거짓말은 이래서 시작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거짓말의 향연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분명 왁자지껄한 웃음이 과도한 탓에 영화의 속내까지 보여주지는 못했다. 꼬이고 꼬인 거짓말 덕분에 목장주인에서 동성애자로, 그리고 어린 초등학생으로 변신해야 하는 만철과 상구의 안쓰러움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의 거짓말이 아슬아슬하고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정체성의 상실' 때문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이들이 내뱉는 구어체의 욕설은 기존 코미디영화의 관습을 그대로 좇았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보는 코미디영화의 활력은 이같은 모든 흠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는다.만철이 신장원의 조직원이라고 믿는 박 형사(손현주), 만철이 하는 말은 무조건 믿는 김 기자(임현식)의 존재도 실체 대신 환상만을 좇으려는 우리 모두에 대한 은근한 야유로 읽혀져 유쾌하기만 하다. 18세 이상. 23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 김경형 감독

김경형(43·사진)은 지난해 데뷔작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520만명을 불러모은 스타 감독이다. "본의 아니게 코미디 영화를 2개나 연이어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라이어'는 코미디 작법에 대한 보통의 내공으로는 쉽게 만들 수 없는 영화다. "웃고 달려가지만 그 속에 '내가 누구냐'라는 고민도 담긴 영화"라는 게 그의 자평. "우연히 연극 '라이어'를 보고 반해 진작부터 만들고 싶었다. 굉장히 웃기는 얘기지만 거짓말쟁이가 맞게 되는 결말이 시사하는 바가 마음에 들었다. 가벼운 코미디를 보고 나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어야 영화가 성공한다고 믿는다."

원작이 연극인만큼 "한 무대(아파트)에서 펼쳐지는 24시간의 이야기라는 연극적 요소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주진모와 공형진이 동성애자라고 선언한 뒤 뜨겁게 키스를 하는 장면에 대해 "한국영화 사상 최장의 남자 키스신"이라고 말하자, 김 감독 옆에 있던 공형진은 "키스신 촬영을 단 한번에 끝내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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