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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고대史 전쟁] <13>간도와 동북공정 ① 간도 문제와 중국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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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고대史 전쟁] <13>간도와 동북공정 ① 간도 문제와 중국의 논리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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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문제는 모름지기 국민의 삶과 죽음, 전쟁과 평화의 관건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체의 실익, 나아가 사활이 걸린 문제다. 국경은 국민의 평화, 국가 전략 전술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치·경제보다 국민의 삶에 더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국경 문제가 있다. 가장 가까운 예가 일본과의 독도 분쟁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간도문제를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이 동북공정 등의 연구 사업을 통해 간도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이 문제에 대하여 새롭게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간도협약은 효력 없는 국제협약

광의의 간도는 오랫동안 조선인이 거주하며 경작하던 압록강 대안(對岸)과 두만강 대안의 광대한 지역을 일컫고, 협의로는 연변자치주 정도의 지역을 말한다. 17세기 청조의 봉금(封金)정책으로 무인지대처럼 되면서 이 곳은 조선인의 실질적인 거주나 경작 등이 뜸했다. 하지만 이 곳은 분명히 조선인 삶의 공간으로 인식된 곳이다. 조선이 면을 설치하고 세수를 확보하는 등 행정력이 미쳤던 곳이다.

간도문제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분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첫째, 간도협약의 효력여부이다. 1905년 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1909년 임의로 중국과 간도협약을 체결, 간도를 중국에 귀속시켰다. 한중간의 중요한 영토문제를 제3국인 일본이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은 문제이다. 을사조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간도협약도 무효라고 할 수 있다.

둘째,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체결된 조약이 무효가 되었다. 카이로, 포츠담,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의해서도 마땅히 무효가 되어야 한다. 또한 1909년 간도협약의 교환조건으로 체결된 만주협약이 무효가 되었는데도 간도협약만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중국이 간도를 실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다.

중국은 간도를 미래의 중심으로 여겨

간도는 한중간의 안위를 담보하는 국경문제이자 국가의 존립기반으로 삶의 터전인 영토문제이며 또한 '국민'의 문제이다. 간도는 실제로 조선인이 거주하며 호흡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으로서는 소수민족 중의 하나인 조선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남북한에게는 한 민족인 조선인의 문제이다. 이는 한국의 재외동포법 개정과도 연관되어 있다. 중국이 애써 조선족을 '자국민'으로 통합하려는 것과 한국에서 조선족을 '동포'로 간주하는 것과의 역학관계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간도는 국방상 중요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간도는 강을 끼고 산으로 둘러싸인 사방이 견고한 지역이므로 형세가 전투시의 천연적인 요새이다. 또한 간도는 각종 광산물과 삼림, 농업, 수렵, 어업 등이 풍부한 곳으로 경제적인 보고이다. 중국은 서부대개발에 버금가는 동북대개발을 위해 2003년 말 74억 달러의 투자를 공언하고 적극적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 간도는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이다. 이 곳에 근거지를 두고 육로와 선박과 철도 등을 이용하여 자원을 개발한다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곳이다. 간도는 해안과 대륙을 결합하는 방사선형 교통선로의 집약지이다.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러시아 연해주 접경까지 연결되는 1,380㎞의 동부 변경 철도를 연내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 철도는 이미 건설된 중국 동북 지역의 11개 철도와 연결됨으로써 이곳은 그야말로 교통의 중심지로 부각될 것이다.

간도는 전략적 요새로서 동아시아를 제압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중일 삼국의 세력이 접촉하는 완충지대이자 동서를 장악하고 남북을 감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구비한 요지이다. 누구든지 이 곳을 차지하면 크게는 주변의 세력을 제압할 수 있고, 작게는 자국의 국경을 견고히 할 수 있다. 중국은 이 지역을 '미래의 중심(重心)'으로 여기고 있다.

동북공정에 간도문제 연구 비중 높아

중국은 국가의 총체적인 지원과 합작으로 2002년 2월부터 5년간 대규모 새 역사 창조 작업인 동북공정을 단행하였다. 동북공정에는 기초연구, 응용연구, 자료번역, 사료정리라는 4대 방향이 있다. 그 중 기초연구에서 반만년 역사를 연구함에도 불구하고 2002년도 공개 선정된 과제 중 근 50%, 2003년도는 근 60%의 과제가 근·현대 변경문제에 치중되었다. 또한 2004년도에 추진하려는 과제의 주요 방향도 변경 이론부터 변경 역사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

응용연구는 비공개리에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동북공정 실시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한반도의 정세를 분석하고 탈북자 문제 등을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역사상 분쟁 여지가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동북공정에서 응용연구의 방향은 불문가지다. 자료 번역에도 간도문제 관련 업적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명청 시대 자료가 집중되어 있는 베이징(北京) 제1당안관, 근·현대 자료가 있는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당안관의 변경 관련 사료를 의도적으로 새롭게 정리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 전체적으로 현재까지 동북공정 방향의 70% 이상은 근·현대 변경 문제에 치중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러 변경 문제에 조선인이 거주했던 옛 땅 녹둔도, 연해주 등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동북공정의 이해를 통해 한중러의 변경 문제로 인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연구 시작

간도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연구성과는 1909년 간도협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일부 진행되었다가 1990년대에 와서 다시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 대략적인 연구방향으로는 간도 명칭의 유래와 간도의 범주, 조선인 이주 시기, 간도 문제 발생 요인, 간도지역의 통치권 시기, 봉금지대 설정 이유, 백두산 정계비의 성격, 1885년과 1887년의 한중 변계 담판 문제, 십자계비 실존 여부와 백두산 정계비의 소실 시기 등이다.

중국 연구의 기본 방향은 조선인이 간도문제를 날조하였다는 것이다. 간도의 범주를 압록강 주변은 제외하고 연변 일대로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조선인 이주 시기도 19세기 말로 한정한다. 간도 지역에 대해 중국의 지속적인 통치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논조는 1990년대 연구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동북공정의 핵심 주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쉬더위엔(徐德源)의 '역대 동북 변경 치리 연구'에서는 청조 광서제 때 조선이 중국의 변경영토에 대해 국제적으로 보기 드문 외교적 사기극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청조는 단지 압록강과 두만강의 수원을 살핀 후 심시비(審視碑)를 세웠으나 조선이 마음대로 시공하여 청조의 심시비를 백두산으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청조는 조선의 영역을 점령한 것이 아니라 원래 청조의 영역 하에서 강역을 확대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연구 내용을 보면 동북공정을 통한 중국의 간도문제 해결 방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분쟁 차단, 국제법 우위 확보에 치중

중국은 간도문제가 확실하게 역사적으로 분쟁여지가 있는 한·중간 국경문제라고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북 변경 문제는 학술문제이지만 국가영토, 강역, 주권과 연관되는 중대한 정치 문제이다. 지역적인 문제이면서도 국가 안전과 전체 국면의 안정에 중대한 연관성이 있는 문제이다. 더불어 중국 국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복잡한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변경지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다변적인 대외관계는 물론, 문화와 교육 사업을 발전시키고, 전방위적으로 개발하고 준비하여 국가 권익 수호를 위한 법적인 교섭을 진행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변경 문제에 대해 분쟁의 요소를 최대한 차단하고 국제법적으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정부는 간도문제를 이미 잊혀진 과거의 역사처럼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 간도문제는 한·중간의 암초임과 동시에 한·중간 대화의 단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간도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절실하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때이다.

/박선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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