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공금 400억원을 횡령한 뒤 중국으로 달아난 용의자 박모(36)씨 등 3명은 국내에서의 호화판 생활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궁핍한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용의자들과 선·후배 관계인 김모(36·무직)씨가 중국에서 용의자들을 접선하기 위해 상하이(上海)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8일 오전. 은행 등에 약 3,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던 김씨는 4일 후배의 중국도피 제안에 동의한 뒤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2,000만원을 미화로 환전, 출국한 용의자들에게 도피자금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김씨는 단수비자 오류 때문에 이들과 함께 출국하지 못했다. 복수비자를 재발급받은 뒤 뒤늦게 중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사흘간 박씨 등 용의자 3명과 함께 쑤저우(蘇州)―항저우(杭州)―지린(吉林)―장춘(長春) 일대를 기차로 옮겨 다녔다.
출국 전 국내에서 카지노, 룸살롱 파티로 수억원을 탕진했던 이들이었지만 '해외 떠돌이 생활'은 초라했다. 김씨는 "시간의 대부분은 기차에서 보냈고 검문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숙식은 국내 모텔급 수준의 여관에서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후배로부터 '가방 안에 7만달러(약 8,000만원)가 들어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도피자금이 많아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도피생활이 무척 불안했고 용의자들도 다툼을 일삼아 이동 내내 분위기가 삭막했다"는 김씨는 13일 장춘에서 혼자 귀국했다. 그는 "후배에게 자수를 권유했지만 '죽어도 귀국은 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귀국 직후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9일 김씨를 용의자들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구속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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