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휴대폰에 대한 차별적인 로열티와 '위피'(WIPI) 표준 제정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미국 퀄컴사가 시장 독점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고소 당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업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독식 및 로열티에 관련된 것으로, 해결 추이에 따라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19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통신 반도체 전문기업인 맥심사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연방법원에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맥심사는 "퀄컴이 CDMA 시장에서 타 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하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자사의 특허권을 오·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맥심사는 불법적인 조치에 대한 시정과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민사소송의 관례상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맥심측 변호인단은 퀄컴이 CDMA 기술과 관련된 전체 특허의 40%를 선점하고 이를 빌미로 타사의 CDMA 진입을 막기 위한 특허침해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맥심은 2002년 퀄컴으로부터 5개 항목의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맥심측 주장은 퀄컴이 특허로 만든 '벽'을 쌓고 무리한 로열티 정책을 펴 타 업체들의 CDMA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DMA 사업을 하려면 퀄컴의 종주권을 인정하고 막대한 로열티를 내거나, 아니면 아예 시장에 진출할 생각을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지난해 차세대 CDMA 호환 칩셋을 만들었다가 퀄컴에게 고소 당한 TI사의 경우도 비슷하다. TI는 당시 비공식 성명을 통해 "CDMA 칩셋 판매가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퀄컴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소송을 벌였다"며 맞고소했다. TI는 소장에서 "퀄컴은 CDMA 휴대폰 제조사(삼성전자, 모토로라 등)에게 '퀄컴 칩만 사용하면 휴대폰 로열티를 깎아주겠다'고 유혹, TI의 시장 진출을 방해하는 등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업계는 "퀄컴이 '특허권'과 '칩셋공급'이라는 두개의 칼을 쥐고 국내 단말기 업체에 대한 로열티를 입맛대로 재단해 왔다"며 이번 사태의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소송과정에서 퀄컴이 패배하거나 한발 물러서면 국내 업체들 역시 퀄컴의 '특허장벽'과 시장 독점적 행위에 대한 공세에 나설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1995년 이후 퀄컴에 1조5,000억원, 2002년에만 4,00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면서도 중국(2.65%)보다 두 배나 높은 로열티(5.25%)를 적용 받고 있다. 미국시장에 휴대폰을 수출하는 A사 관계자는 "이 경우 로열티 조정이 필연적이며 저렴한 TI칩, 삼성칩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수익성이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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