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림(野林)에 신구 투타 무공 대결이 뜨겁다. 선배들이 방망이를 틀어쥐고 있다면 신인들은 마운드에 우뚝 서 있다. 신들린 '아시아 안타제조왕' 삼성 박종호(31)와 괴력의 홈런포를 앞세운 SK '안방마님' 박경완(32) 등 '양박(兩朴) 열풍'에 이어 안경 끼고 힘을 되찾은 '헤라클레스' 현대 심정수(29)의 '심포'까지 천하일품이다.팔팔한 신인들은 강한 팔을 내세우며 무섭게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현대 오재영(19), 한화 김창훈(19) 등 고졸 신인 투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데뷔 첫 승을 연달아 챙기면서 야구 보는 재미를 한층 높이고 있다.
방망이는 형님이 세다
시즌 초반 분위기를 압도한 것은 19일 현재 37경기 연속안타를 행진을 벌이고 있는 프로 12년차 박종호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박종호는 스위치히터의 대명사답게 상대 투수들을 마음껏 요리하며 1941년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가 세운 세계 기록(56경기)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아시아 신기록달성(34경기)의 부담을 털어버린 박종호의 안타제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팀 살림을 도맡던 13년차 포수 박경완의 홈런 질주도 빼어나다. 개막 후 14경기에 나와 무려 10개의 홈런포를 날렸다. 90년 같은 포수 출신인 삼성 이만수가 세운 최소경기 10홈런 기록(19경기)를 갈아치우더니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즈)이 가지고 있는 월간 최다홈런(15홈런)도 깨뜨릴 기세다.
심정수의 때늦은 화력쇼도 볼만하다. 지난해 말 라섹 수술 후유증과 부상 때문에 고전하던 심정수는 13일부터 착용한 안경 덕에 15일 첫 홈런에 이어 17, 18일 홈런 3개를 몰아치며 홈런왕 경쟁에 출사표를 냈다.
마운드는 아우님이 무섭네
청원고를 갓 졸업한 현대 오재영의 황금 팔은 눈부시다. '투수왕국' 현대의 4선발을 꿰차더니 벌써 2승을 챙겼다. 7일 LG전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내더니 18일 한화전에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7개(2실점)를 잡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구속 140∼145㎞짜리 직구도 좋지만 타자 앞에 기죽지 않는 '배짱파'로 김재박 감독에게 "경기를 읽으면서 싸울 줄 안다"는 호평과 함께 '신인왕' 적자로 떠올랐다. 동갑내기 한화 김창훈(천안 북일고)도 뒤질세라 9일 삼성전에 1선발 송진우 대신 행운의 등판을 해 삼성 1선발 호지스를 무릎 꿇리며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김창훈은 "가장 힘들었다"는 박종호의 고백처럼 6회까지 박종호를 무안타로 틀어막으며 자칫 연속경기안타 진군을 저지할 뻔했다. 김창훈은 정교한 컨트롤과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를 거는 '기교파'.
하지만 신인 타자들은 주춤한 상태. 대졸 출신 LG 김태완(23)은 주전3루수에 발탁됐지만 8타수(3경기) 무안타에 삼진을 5개나 당하며 결국 2군으로 물러났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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