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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87>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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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87>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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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21년 4월20일 로마제국 제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가 로마에서 태어났다. 스토아파 철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180년 서게르만의 한 부족 마르코만니의 침입을 직접 격퇴하다 빈도보나(오늘날의 오스트리아 빈)에서 병사했다. 중국 한나라에는 안돈(安敦)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기 이전의 네 군주 곧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우스 피우스와 함께 5현제(五賢帝)로 꼽힌다. 이 시대의 제위는 세습되지 않고 원로원 의원 가운데 가장 유능한 인물이 황제로 지명되었다. 5현제 시대의 로마는 제국의 최전성기였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치세는 그러나 게르만인을 비롯한 이방인들의 거듭된 국경 침탈과 경제난, 돌림병으로 얼룩졌다. 이런 내우외환을 황제는 견인주의자다운 마음의 다스림으로 견뎌냈던 듯하다. 만년에 진중에서 쓴 '명상록'은 고대 스토아철학의 마지막 증언으로 읽힌다. 19세기 영국 비평가 월터 페이터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대 한 청년의 정신적 편력을 그린 장편소설 '쾌락주의자 마리우스'(1885)에서 '명상록'의 몇 구절을 가필해 황제의 연설로 인용한 바 있는데, 그 일부가 영문학자 이양하의 번역으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한국 청소년들에게도 널리 읽혔다.

"세상은 한 큰 도시. 너는 이 도시의 한 시민으로 이 때까지 살아왔다. 아, 온 날을 세지 말며, 그 날의 짧음을 한탄하지 말라. 너를 여기서 내보내는 것은 부정한 판관이나 폭군이 아니요, 너를 여기 데려온 자연이다. 그러니 가라. 배우가, 그를 고용한 감독이 명령하는 대로 무대에서 나가듯이. 아직 5막을 다 끝내지 못하였다고 하려느냐?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는 3막으로 극 전체가 끝나는 수가 있다. 그것은 작자의 상관할 일이요,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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