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강해지고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주장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국내외의 우려가 있습니다만, 열린우리당이 적극 나서 이것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 중 3분의2가 초선인 만큼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먼저 확립해야 합니다."(강봉균 우리당 의원)
정부와 집권여당의 당정협의가 작년 9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탈당한 후 7개월만에 처음으로 19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힘 실린 거대 여당이 경제 챙기기에 본격 나선 자리여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이 부총리는 우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정책이 왼쪽으로 갈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정치논리'라는 우회적인 단어로 당에 전달했다.
민노당이나 진보세력의 주장에 휘둘려 '성장 우선'과 '시장경제주의'라는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당이 중심을 지켜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김근태 우리당 원내대표는 "경제개혁을 통해 우리사회 선진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과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2가지 목표는 상충되는 점이 있다"며 "원칙을 지키면서 단기적인 경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의견을 나누자"고 말했다. 정세균 우리당 정책위의장도 "사회안전망 구축,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등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나눔과 배려에도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 성장 우선의 정부와 미묘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이어 재경부 장관을 지낸 강 의원은 내부적으로 토론을 거쳐 우리당의 노선이 한나라당이나 민노당과는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이는 총선 이후 퍼지고 있는 정권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잡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 스펙트럼이 다양한 상황에서 '이념적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제안이다.
총선후 상견례를 겸한 이날 당정협의에서 양측은 경제회생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진 못했지만, 기존에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차질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당정은 아직까지 체감경기가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경제회생과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재정의 조기 집행과 저금리 기조 유지 등 부양적인 거시정책을 적극 운용키로 했다. 또 공공부문에서 지난해보다 9만명 증가한 37만명에게 일자리와 훈련기회를 제공하고, 출자총액제한 예외확대, 비정규직 보호대책 법안 마련 등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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