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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여대야소]<3>한나라 정체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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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여대야소]<3>한나라 정체성 고민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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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목하 고민중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서다. 고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이다. 수구에서부터 중도개혁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형형색색 빛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어느 곳에 방점을 찍느냐에 당의 미래가 달렸다는 데 이견이 없다.주목 받진 못했지만 지난달 23일 개정된 한나라당의 강령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한나라당은 강령에서 "호혜적 상호주의에 입각한 유연한 대북정책"을 지향한다고 명문화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노선으로 볼 때 상당한 변화인 셈이다. 고착화한 정체성을 털기 위한 한나라당 내부의 고민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당 이미지는 여전히 '수구 꼴통'을 벗지 못하고 있다. 민노당의 원내 진입으로 열린우리당이 중도보수로 자리매김하고 스펙트럼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할 경우, 한나라당은 오른쪽끝 수구보수로 밀려날 수 있다.

이 같은 위기에 대한 해법이 지금 한나라당 내에서는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진다. 먼저 당내 소장파 그룹은 당 전체가 좌로 한 클릭 이동할 것을 주장한다. 세상이 변했다는 것이다. 남경필 의원은 "그 동안 당의 대북 경제정책이 우편향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좌로 몇 걸음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도 "민노당의 국회 진출은 한나라당으로서 수구보수로 몰릴 수 있는 위기인 동시에 중도보수로 나설 기회도 된다"며 "과거의 대결구도가 아닌 정책 정당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서 보수를 표방하는 세력들의 인식은 다르다. "왼쪽으로 가는 것은 우리당의 포퓰리즘을 따라 가는 행태"(송영선 당선자) "지금까지 우리당이 수구라는 것은 홍보가 잘못돼 오해를 받은 것 뿐"(홍준표 의원)이라며 좌향좌 주장을 반대한다. 김용갑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고 북핵문제와 인권문제등에서 확실한 입장을 갖자는 주장을 수구로 몰 수 있느냐"며 "안보와 이념에서 열린우리당보다 우측에 있어야 지지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북정책, 분배문제 등의 정책을 두고 조만간 당내 노선 투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형준 당선자는 "변화 여부는 당내에서 어떤 세력이 주도권을 쥐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당내세력 편재를 보면 왼쪽 이동쪽에 무게가 실린다. 합리적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초선 의원들이 원내로 많이 진출한데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표의 노선이 이 쪽이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386과 N세대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한나라당이 생존하는 길은 보수적 정책기조에 개혁적 요소를 가미,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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