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를 고비로 은행업이 바닥을 치고 손익전환(Turn-around) 국면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주에 대한 투자전략 보고서가 잇달아 나오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는 향후 은행 실적 개선의 전제조건인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매수에 나서더라도 종목별로 우선 순위를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목 대상 1순위는 하나은행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오는 23일 국민은행 실적발표를 전후해 은행업 실적 모멘텀이 가시화할 경우 당장 선택 가능한 최우선 투자종목으로 하나은행을 꼽고 있다.
특히 JP모건, CLSA, 리먼브러더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19일 최근 예금보험공사 보유 하나은행 지분 22.23%의 매각을 그간 주가를 압박했던 물량 부담을 해소할 확실한 호재로 받아들이며 일제히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앤드류 레이놀드 CLSA 애널리스트트는 이날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으로 하나은행의 주요한 위기요소가 제거됐다"고 말했다.
수급재료 외에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최근의 답답한 상황 역시 하나은행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LG투자증권 백동호 연구원은 "은행주 투자에 있어서 경기 침체국면에서는 대손상각비 부담이, 경기 회복국면에서는 순이자 마진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며 "지금 같은 경기 회복 지연기에도 역시 올해 기준 대출자산 대비 연체액 비율이 0.8% 정도로 국민은행의 3분의 1 수준을 나타내는 하나은행이 경기 방어주적 강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우리금융 사두기도 유효할 듯
하지만 대표적 내수주인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단기 종목 보다는 추후 내수회복세가 본격화할 시점에 최대의 수익을 낼 만한 중기 투자 종목을 찾는데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각 은행별로 향후 금리상승에 따른 수익 레버리지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경기회복에 따라 시장금리가 올라갈 경우, 수익 레버리지 효과는 '규모의 경제' 수혜를 볼 국민·우리은행 등에 가장 크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조 연구원 등은 투자기간을 6개월로 잡을 경우 2분기부터 손익전환이 예상되는 우리금융을, 투자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잡을 경우에는 올 3∼4분기 경기회복 수혜가 집중될 국민은행을 선취매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추천했다.
한편 삼성증권 임춘수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업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임 센터장은 무엇보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이 전년 동기 대비 0.7% 포인트 늘어난 2.8%로 집계된 점을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가계와 성격이 비슷한 상당수 영세 자영업자 대출금이 중소기업 대출금으로 분류되는 등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한 은행 채권 부실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중소기업 연체율이 계속 높아질 경우 하반기 경기회복 수혜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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