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브레머 이라크 미군정 최고행정관은 18일 "이라크 보안군은 6월 30일 이라크로의 권력이양 때까지 반군에 맞서 이라크를 보호할 능력을 갖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브레머 행정관은 "지난 2주간의 사건은 이라크 안보를 위해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달 초 민주주의의 적들이 이라크 곳곳에서 경찰서를 습격하고 공공 건물을 접수했으나 이라크 군은 이를 저지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달 들어 미군 희생자만 99명에 이르는 등 새로운 전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브레머 행정관의 발언에는 복선이 깔려 있다. 권력이양 후에도 대규모의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점을 옹호하기 위한 의도를 띠고 있다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대규모 미군 주둔은 권력이양 후 이라크에서의 다국적군 지휘권과 전후 복구사업 선정 등 실질적 권한 행사 문제와 직결돼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유엔 역할 확대안을 수용, 미국의 영향력은 얼마간 줄어들겠지만 미국은 '피의 대가'를 유엔에 고스란히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는 곧 권력이양 후 실질적 주도권을 쥐려는 유엔과 유엔을 통해 이라크 이권 분배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엿보는 유럽 강대국들과의 마찰을 예고한다.
영국 BBC 방송은 "부시 대통령은 유엔의 주도권을 원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더 많은 국가들로 하여금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토록 해 미국의 짐을 덜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전쟁 반대국들은 미국이 얼마나 권한을 넘겨줄지를 보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브레머 행정관은 사라지겠지만 미국은 여전히 각 부대와 이라크 보안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고 원조기금 관리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행사할 것이라고 이 방송은 지적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브레머를 거들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 "연합군기 대신에 유엔기를 달면 살인마들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유엔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