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베이징에 도착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본격적인 방중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도 이전의 방문처럼 철저히 베일에 싸여 진행됐다.김 위원장의 방중 형식은 중국 정부 초청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조선노동당을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을 초청해 이뤄진 비공식 방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전통에 따라 지도자들이 상호 방문해 왔는데 지도급 인사들의 교류 때마다 최고 영도자를 초청하는 것이 관례다. 이번 방문도 수 차례에 걸쳐 공식·비공식 초청이 있어 김 위원장이 결심만하고 통보만 하면 방중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12월 후진타오 당 총서기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방중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빈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 문제, 북한의 러시아와 등거리 외교 등으로 중국의 심기가 불편해 무산됐었다.
북중 양국은 김 위원장의 방북에 대한 보안을 지키려고 '연막 작전' 까지 동원했다.
18일까지만 해도 북한대사관 고위관계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방중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고, 10일께 평양에서 온 한 인사는 5월 하순께나 방중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도 대사 등 극소수 고위인사를 제외하고는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보부처 인사들도 정확한 내용을 몰라 언론 보도를 보고 사실 확인에 바빴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10여일 전에 방중 사실이 한국측에 미리 통보된 것으로 안다고 전해 북중 정상회담에 관한 한중간 물밑대화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뒤늦게 김 위원장의 방중을 포착한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행적을 추적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도 신의주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 부근의 삼엄한 경비로 확인됐다.
취재진은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도착할 예정이었던 베이징 역, 숙소 댜오위타이(釣魚臺), 회담장인 중난하이(中南海), 인민대회당, 북한대사관 주변에 수십 명씩 포진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기다렸으나 김 위원장 일행은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김 위원장의 특별 열차가 베이징 역에 도착한다는 정보가 노출되자 도착 역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 근교의 역에서 내려 중국 외교부가 제공한 승용차 편으로 댜오위타이 영빈관 18호각에 여장을 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징 역에 도착한 특별 열차에서는 40명 가량의 수행원들만 내렸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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