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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아버지, 하늘서 가족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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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아버지, 하늘서 가족 지켜주세요"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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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보세요.어느덧 목련도 다 져버린 계절입니다. 당신이 청천벽력 같은 폐암 선고를 받을 때도 집 주위에는 목련이 고고한 자태를 접고 꽃잎을 떨구고 있었지요. 당신을 마지막 배웅하는 날에 목련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듯 꽃잎을 떨구며 배웅을 했습니다.

독자이던 당신은 저를 포함한 딸 셋을 연속해서 낳고 나서야 두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당신의 막내 아들이 진급을 했답니다. 거세게 불어닥치는 감원 바람에 모든 샐러리맨이 몸을 떨고 있는데 저는 막내 동생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요. 저는 하늘나라에서 환하게 웃고 계실 당신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더군요. 아버지께서 도와주신 거지요? 당신이 살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기쁨이 컸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당신은 생전에 효자라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부모님 말씀에 순종했고 사회에서도 존경받는 분이었지요.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끝에 두 아들이 태어났을 때 주위에서는 '하늘과 조상이 감동하여 잘되는 집안'이라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아버지도 기쁘시지요? 그런데 좋은 일이 생기고 나니 욕심이 더 생깁니다. 당신의 첫째 아들도 꼭 진급을 했으면 좋겠네요. 도와주시는 김에 조금만 더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가문의 영광이겠지요?

아버지, 축하할 일이 더 있답니다. 당신의 첫 외손자이자 저의 첫 아들이 어엿한 대학생이 돼서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많은 재롱과 웃음으로 당신을 기쁘게 했던 당신의 막내 외손자도 초등학교에 입학했답니다. 경사가 겹쳤지요. 그래서 며칠 후에 가족들이 아버지께 참배를 가기로 했습니다. 생전에 당신은 좋은 일이 생기면 바로 조상의 묘를 찾으셨지요? 큰 일을 해냈으니 그게 마땅한 도리겠지요.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던 딸은 이제 이마에 주름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세월이 참 빠르지요? 하루 하루를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날들의 연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머금고 싱그럽게 피어나던 올해의 목련은 색깔이 유난히 예뻤던 것 같습니다. 항상 인자한 미소로 우리를 대해 주시던 아버지, 우리 가족을 항상 지켜봐 주시고 편히 쉬세요.

/김미자·경기 여주군 대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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