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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씨 첫 만화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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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씨 첫 만화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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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만화 잡지 '영점프'에 '공룡 둘리'를 발표, 주목을 받았던 최규석(崔圭碩·26)씨가 첫 만화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냈다.'사랑은 단백질' '선택' '콜라맨' 등 여섯편을 모은 만화집은 미소년과 미소녀를 등장시키고 화사한 기교에 의존, 사랑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또래 작가들과 다르다. 진지한 자세로 사회 문제를 천착한다. 거친 선과 뚜렷한 데생은 강한 주제의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랑은 단백질'은 '튀김 닭을 사람이 아니라 닭이 배달하면, 이를 주문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어느 순간 튀김 닭은 배달하는 닭의 자식일 수 있고, 우리 일상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최규석씨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아이들이 종일 바느질에 매달려 축구공을 만들지만 소비자는 축구공에만 관심이 있을 뿐, 물건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알지 못한다"며 "'사랑은…'은 완성된 제품 속에 숨어있는 눈물과 한숨을 한번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그렸다"고 말했다.

'공룡 둘리'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등장 인물을 현실 세상으로 끄집어낸 만화다. 그 결과 만화 속 주인공들은 어지럽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만화에서처럼 편히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우너는 언변 좋은 범죄자가 돼 있고, 희동이는 폭력을 선호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선택'에서는 2002년 월드컵의 환상에 묻힌 우리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그렸다. 경기장을 짓기 위해 상암동 주택을 철거하는 현장에서 진석이와 그의 고교 동창 정훈이가 만난다. 진석이는 철거반원으로, 정훈이는 철거에 반대하면서 각각 몽둥이를 들고 맞서서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결국 철거는 이뤄지고, 국민들은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환호한다.

이처럼 '공룡 둘리에…'에 실린 만화에는 진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규석씨는 "억압받는 개인, 흐름에 뒤지거나 역행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면서도 "주제에 맞춰 도식화, 정형화한 만화를 그리기는 싫다"고 잘라 말했다. 주제의식이 뚜렷하면서도 그림과 연출, 구성, 캐릭터 등이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에 비해 짧지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만화공모전에 출품하고, 고교 때는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대학(상명대 만화학과)에 들어간 뒤 실험적인 작품에 심취했지만 '만화는 독자의 것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보다 명료한 문장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표현을 줄였다. 상도 많이 받았다.

되돌아 보면 그는 어려서부터 현실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적극적인 저항을 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부조리, 사회적 불평등을 친구들보다 더 강하게 느꼈단다. 그런 그이기에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세계도 뚜렷하다. "신자유주의의 허구를 꼬집고, 그 모순을 넘어서는 힘있는 장편을 내고 싶어요. 세상의 모순을 좀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사람들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작품 말입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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