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가 나란히 피아노 앞에 앉아 슈베르트의 '방랑자'를 연주한다. 언뜻 화면만 보면 우아하고 화려한 장면구성 속에 충격적인 삶의 이면을 전달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 여자들, 서로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중년의 여성 피아니스트와 젊은 피아니스트이니 사제지간이 아닐까? 아니다. 두 사람은 연인이다. 이네스 파리스와 다니엘라 페허만 두 여성 감독이 손 잡고 만든 이 영화는 한껏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뒤통수 치는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의 부모가 동성애자라면?'장난스럽지만 질문의 속내는 진지하다. '어느 날 엄마가 데려온 애인이 알고 보니 자기 또래의 여자였더라'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이 영화의 기본 구성이다. 그리고 영화는 사랑도 시대에 따라 변함을 말해준다. '타인의 취향'에 대한 '톨레랑스'(관용)를 말하고 있지만 그걸 노골적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이성애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영화다.
엄마의 사랑에 대해 어린 세 자매는 오히려 보수적인 평가를 내린다. 자매들이 앞으로 어떻게 엄마를 받아들일지가 자못 궁금증을 일으킨다. 극중 엄마 소피아가 데려온 체코 출신의 히메나에 대해 큰 딸은 '꽃뱀 아닌가'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막내딸은 '오히려 우리가 히메나를 유혹해보자'는 짓궂은 제안을 한다. 이제 막 연애에 빠져들기 직전인 둘째 엘비라는 혹시 어머니의 성적 취향을 자기가 물려 받은 건 아닌지 걱정에 빠진다.
엄마와 애인의 관계가 서먹해지면서 세 딸도 심란해지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숙맥 엘비라, 그리고 주위의 오해로부터 어려움을 겪는 엄마 커플을 위한 깜짝 쇼가 준비되어 있다. 기존 결혼제도의 권위를 발랄하게 뒤집는 마지막 장면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재미는 덤이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취향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금기에 대해 더 잘 알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영어제목은 'My Mother Likes Women'. 15세, 30일 개봉.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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