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수도권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의 정체성과 노선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대 총선이 가져온 여대야소 구도를 계기로 기존의 수구 보수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 개혁성을 가미한 건전한 중도 보수 정당으로 거듭 나야 한다는 주장이다.이들은 박근혜 대표의 전면적인 당 쇄신 작업과 발맞춰 세력 결집 및 공론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중진 보수그룹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정체성을 둘러싼 변화의 물꼬는 박 대표가 먼저 텄다. 박 대표는 총선 기간 대북 정책에 대해 "남북 평화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면 내가 북한과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며 "대북 문제는 여야를 초월해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냉전논리에 사로잡힌 대북 강경 정책을 고수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와 상황에 맞게 대북 정책 기조를 유연하게 가져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수도권 소장파 대표격인 남경필 의원도 18일 "박 대표의 노선이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힘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17대 국회 개원 이전에 대북 정책과 외교 경제 등 중요 사안에 대한 당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소장파의 의견을 결집시키겠다"고 말했다. 당 공천 작업을 주도했던 김문수 의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의 정체성과 이념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면서 "현역 의원들은 문제 의식이 약한 만큼 당 밖의 자유민주세력 및 학계 인사들과 힘을 합쳐 공동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당 주도권을 장악했던 세력들이 수구적 이미지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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