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디지털 TV를 정보통신(IT) 사회의 관문으로 설정, 지난해 12월부터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3대 도시권에 국한돼 있지만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1년이면 아날로그 방송을 완전 중단할 예정이다.일본은 고화질, 고음질의 HDTV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TV 보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2월 현재 보급 대수는 61만대이지만, NHK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남극에 하이비전 방송센터를 설치해 위성채널로 오로라와 개기일식 장면을 생중계했고, 4월 현재 전체 방송의 약 90%를 HD로 방송하고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8일 NHK 방송문화연구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값비싼 TV 수상기를 새로 구입할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51%가 '디지털 방송을 보고 싶다'고 답했지만, 그 중 80%는 시청 시기를 '수상기 가격이 내려갔을 때' '아날로그 방송이 끝났을 때' '상황을 지켜본 후' 등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 디지털 TV 수상기 가격은 30인치 액정 TV가 60만엔 정도이며, 42인치 이상이면 100만엔을 훌쩍 넘는다. 시청자들은 이런 고가의 수상기를 새로 장만하면서까지 디지털 TV를 봐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고화질, 고음질'만으로는 라디오에서 TV로, 흑백에서 컬러로의 전환과 같은 획기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전송방식 논란이 여전한 한국에 비하면 일본의 전망은 밝다. 일본이 개발한 전송방식(ISDB-T)의 최대 장점은 HD방송은 물론, 고정 수신과 이동 수신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 휴대폰 등 이동 단말기로도 집에서 보는 것처럼 깨끗한 화면의 방송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동 수신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압축기술(MPEG4)의 특허료 문제가 최근 해결됨으로써 내년부터 휴대폰으로도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초라고 한다.
휴대폰은 이동 중 TV를 보는 것은 물론, 리모콘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시청 중인 채널의 서버나 프로그램 홈페이지와 자동으로 연결돼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방송을 보면서, 각자의 휴대폰으로 좋아하는 배우 등 관심 있는 정보를 검색하는 광경.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대화가 사라지고 있는 가정이 더욱 삭막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정수영 일본 조치대 대학원 박사과정(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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