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결혼한 최모(28)씨는 결혼 전 몰랐던 아내의 비밀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항상 향긋한 비누냄새를 풍기던 아내가 알고 보니 심한 입냄새를 풍기는 두 얼굴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언뜻 보면 웃어넘길 일이지만 이미 2,000년 전 유대교에서는 신부의 입냄새를 못 견디겠다고 호소한 남자에게 이혼을 허락했을 정도로 이 문제는 심각하다.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하나 둘 날아드는 청첩장이 결혼 시즌임을 알리고 있다. 수많은 예비 신랑 신부는 새 살림과 혼수를 준비하느라 다른 것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하지만 결혼의 최고 예물은 무엇보다 건강.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의 조사에서도 결혼 전에 건강검진 진단서를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한 사람이 68%나 됐다. 새내기 부부들이 알아둬야 할 사항을 체크하자.
혼전 건강진단은 에티켓
먼저 결혼할 당사자와 가계의 질병 내력을 살펴야 한다. 태어나 자라면서 별 문제가 없었는지, 가족 가운데 유전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있는지 등등. 특이한 유전질환 가능성이 있을 때는 임신 때부터 좀더 잦은 검사를 받도록 한다.
그 다음은 빈혈, 콜레스테롤, 혈당, 요단백 검사. 지속적인 피로나 몸무게 감량, 발열, 어지럼증 등과 같은 특이 증상이 있을 때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배우자는 물론 2세 건강을 위해 심각한 해를 줄 수 있는 전염성 질환으로는 B형 간염이나 풍진, 결핵을 꼽을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짧은 입맞춤이나 식사 그릇 등을 같이 사용할 때는 전염되지 않지만 성관계를 가지면 전염 우려가 높다.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예비 신랑 신부 모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에 풍진이 전염되면 아이가 백내장, 녹내장 등의 눈 질환에 걸리거나 심장병, 청각장애, 정신지체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필히 예방접종을 받도록 한다. 예방 접종 후 3개월 동안은 임신을 피해야 한다.
성병 진단도 필요
성병 진단도 결혼 전에 미리 받는 것이 좋다.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 감염 등 성병은 초기에는 증상이 적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나 병이 진행되면 치료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성관계를 가진 뒤 요도 주변에 불쾌감과 소변을 볼 때 통증이나 고름이 있거나 성기 주위에 가렵거나 발진이 있다면 지체 말고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평소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약간이라도 스스로가 불안하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성 접촉을 했다면 배우자와 2세의 감염 예방을 위해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게 되는 순간부터 임신과 피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해 인공 유산을 하면 골반 염증이나 심지어 불임 같은 후유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피임법으로는 콘돔, 먹는 피임약, 월경주기법, 질외사정법 등이 있다. 이 중 피임 효과가 가장 큰 방법으로는 먹는 피임약이나 콘돔이다.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법은 실패할 우려가 높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결혼 후 성기능 문제로 고민하는 신혼부부가 적지 않다. 신혼 남성의 성기능 문제는 다양하지만 발기 이상이 가장 흔하다. 보통 발기 이상은 신체적 원인이 70∼80%를 차지하는데 신혼의 발기 이상은 주로 70∼80%가 정신적인 원인에서다. 정신적인 원인으로 한번 발기에 실패하면 재발을 방지하려고 더 긴장하게 돼 심해지기 쉽고 결국 잠자리 자체를 겁을 내게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무엇보다 성생활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부인도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박진호 교수,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최윤호 교수>도움말=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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