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인 4조원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사실은 증시에서 이미 뉴스가 아니었다. 역시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 주가가 가장 강하게 올랐고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도 유효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와 자사주 매입이라는 재료가 만난다는 것은 외국인에게 가장 확실한 차익실현 기회의 제공이었다.현재 국내외 증시에는 두 가지 역풍이 불고 있다. 증시는 경제 지표와 기업실적 호조세를 지켜보고 있지만 역풍 때문에 주가에 강력한 동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경제지표 호조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리인상 우려가, 기업실적 호조에 대해서는 주가에 반영되었다는 역풍이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당장 가시화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설혹 인상하더라도 그 폭도 크지 않을 것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주식시장의 가치하락도 결코 치명적인 수준이 아닐 것이다. 현재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률(PER)은 19배 정도로, 지난 IT버블 당시에 비해서는 낮고, IT 버블 이전의 90년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에 속한다.
하지만 PER 추이는 금리 수준을 배제하고 논할 수 없다. 낮은 금리는 높은 PER을 용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낮은 금리는 90년대 평균을 웃도는 PER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는 주가가치하락이나 유동성 축소 등에 대해 과민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실적의 주가 반영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지난 13일에 인텔이 실적을 발표했다. 프리 어닝시즌을 통해 미리 실적 기대치를 낮추어 놓은 인텔이 낮아진 기대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공개했다. 실제수치가 시장 예측을 2.6% 밑돌았다. 인텔은 2002년 4분기 이후 분기실적을 내놓을 때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수반하면서 2002년 10월 나스닥 바닥 탈출의 계기를 만들어왔던 점을 상기해보면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다. 물론 인텔의 실적 발표가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IT 경기 모멘텀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반짝 경기 회복, 뒤이은 경기 위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기 회복 사이클을 상정하고 있다. 기업 수익 전망이나 가치평가 수준도 지금이 당시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이다. 다만 이번 1분기 실적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탄력적인 주가 상승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수가 880선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기 때문에 주초에 증시가 또 밀린다면 이를 매수기회로 활용해도 좋은 것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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