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뉴욕 파크 애비뉴에 있는 유대교회당에 갔다. 테러리즘에 관한 연설을 하기 위해서였다.테러와의 전쟁은 불확실성과의 다툼을 의미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과제는 수동적 방어를 넘어서서 테러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보복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미래의 테러를 예방하고 억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기다릴 수 없다. 끊임없이 (테러에 대해) 반응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반응한다면 어떻게 할까를 걱정하는 햄릿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즉각적인 대응이야말로 불확실성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모든 것이 알려지기 전에 모든 것을 알리지도 않고 행동해야만 할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 마디로 슐츠의 논리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와인버거의 보좌관은 더 타임스에 낸 기고문에서 "국방부는 군사작전의 부정적인 측면을 좀더 의식하고 있다.
따라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사전 예방 차원의 공격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슐츠와 와인버거는 명석하고 원숙했다. 둘 다 테러에 대한 완벽한 대처방안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둘 다 각각의 입장이 갖는 부정적인 측면을 알고 있었다.
이제 20년이 흘렀고 국가적인 비극도 몇 년 전 일이 됐다.
작금 9·11 조사위원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보면 슐츠파가 득세하고 있다. 그들은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가 테러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9·11이 발생했다고, 9·11 이전에 알카에다 조직을 제거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와인버거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인물도 일부 존재한다. 그들은 미국은 좀더 신중해야 하며 군사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명확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시 행정부는 첨단 하이테크 기술로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대규모 작전은 적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을 때 효율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방황하고 있다. 미군은 중무장했지만 적이 어디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군대를 너무 적게 보냈다. 그 때문에 험비에 처박혀 대단치 않은 테러 공격에도 맥을 못 추게 됐다.
그러나 가장 나쁜 점은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전쟁의 불확실성에 대해 알리려고 애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선택이 나중에 일부는 옳지 않은 것으로 판명될지라도 불가피한 것임을 미리 강조하지 않았다.
슐츠의 연설을 읽어 보면 우리는 미국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20년 전 우리는 국민을 혹독한 불확실성을 이겨낼 만큼 성숙한 성인으로 대접하는 지도자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꼬마가 되어서 얘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위선으로 가득찬 테러 논쟁을 보면서 우리가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데이비드 브룩스 NYT 칼럼니스트/뉴욕타임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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