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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째 무사고 "백발의 택시운전사"/82세 고홍용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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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째 무사고 "백발의 택시운전사"/82세 고홍용 할아버지

입력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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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넘긴 백발의 택시 운전사가 험한 시골길을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올해로 60년째 무사고 운전을 기록한 고홍용(82·충북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

1922년생인 고옹은 일제시대인 44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운전대를 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광복 이후 버스(목탄차)와 화물차를 몰던 그는 68년 택시기사로 취직했다가 73년부터 개인 택시를 몰기 시작,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향 황간에서 손님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친 택시만도 군용 지프를 개조한 시발택시부터 새나라, 코로나, 포니1, 포니2, 프린스, 소나타 등 6대나 된다. 지금은 EF소나타를 몬다. 차량마다 운행거리 100만㎞를 넘긴 뒤 폐차한 걸 감안하면 그가 달린 거리는 최소 600만㎞가 넘는 셈이다.

지구 150바퀴에 해당하는 엄청난 운행거리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그의 택시에서 출산한 산모가 3명이나 되는데, 그 중 추풍령 부근에서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벌써 불혹을 바라보는 중년이 됐다. 70대 초반이던 94년에는 20대 후반의 택시 강도를 만났으나 달리는 차를 급정거하는 기지를 발휘, 흉기를 빼앗은 뒤 잘못을 타일러 집까지 데려다 준 적도 있다.

그의 네 아들도 모두 택시운전사가 됐다. 6년 전 암으로 세상을 뜬 장남은 고향에서 아버지와 함께 20여년간 택시를 몰았으며, 둘째 운호(48)씨는 대구에서, 셋째 운석(46)씨와 넷째 운백(45)씨는 영동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

고옹은 아직도 수동 기어를 고집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다. "황간은 산골이라 눈이 많이 내려 걸핏하면 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쓰는 엔진브레이크는 수동이 훨씬 효과적이거든."

아버지가 틈만 나면 안전 운전을 강조해서 그런지 고옹의 세 아들도 무사고 운전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 대통령으로부터 45년 무사고 기념 표창과 함께 부상으로 포니2 차량을 받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벌이는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나를 기다리는 단골이 많아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며 껄걸 웃었다.

/영동=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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