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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씩씩한 우리 아이들 당신도 보고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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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씩씩한 우리 아이들 당신도 보고있겠죠"

입력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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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씨, 오랜만에 당신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지상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여기저기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하늘나라는 어떤가요?세월이 흐른다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군요. 당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8년이 지난 지금은 어지간히 무디어졌습니다. 당신이 그리도 귀여워 하던 배영이, 호영이는 벌써 고등학생, 중학생이 됐답니다. 당신의 기억에는 코흘리개 초등학교 1, 2학년으로 남아 있겠지요?

배영이는 공부를 잘해서 얼마 전 고교 3년 장학생으로 선발됐답니다.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한편으로는 당신이 이 기쁨을 같이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봅니다. 호영이는 매사에 활달한데 여자 친구가 많아서 걱정입니다. 당신이 떠난 뒤 오히려 씩씩해졌답니다.

나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과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에서 일자리를 알선해 줘서 지금은 수도 계량기 검침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억순이 아줌마가 돼 세상일에 씩씩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배영 아빠! 우리 가족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도와주는 이웃이 많답니다. 당신이 그리우면 그리워하고, 울고 싶으면 울고, 서로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살기로 약속했어요. 배영이는 자기가 호주라면서 제법 어른 같은 행동을 해 엄마를 흐뭇하게 한답니다.

일선씨! 요즘엔 꿈에서 당신을 보기가 힘들군요. 예전에는 자주 꿈에 나타나 "나는 잘 있는데 당신은 어때? 배영이, 호영이는?" 하며 안부를 묻곤 했잖아요. 아, 당신의 낮고도 믿음직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군요. 가끔씩 하늘나라로 거는 전화가 있다면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여보세요, 거기 하늘나라인가요? 키도 크고 멋지게 생긴 윤일선씨 좀 바꿔주세요. 8년 전 39세에 그곳에 간 울산 살던 배영 아빠 말이에요." /lsh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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