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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이후/"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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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이후/"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 대담

입력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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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거취와도 직결될 수 있는 총선이라는 정치적 심판 앞에 경제는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심판은 끝났다. 신(新) 여대야소, 그리고 민노당의 약진이라는 새 정치구도가 오랜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국민들은 기대반 우려반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제학계 원로인 김병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와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의 대담을 통해 총선 후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은 16일 오전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배정근 한국일보 부국장 겸 경제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4·15총선 결과의 전체적 의미

김병주 교수 = 이번 선거로 드디어 '3김 시대'가 끝났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돈 선거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엄청난 변화다. 여기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 새 얼굴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 정치는 정말 역동적이다. 다만 노사모를 비롯한 참여 정부 지지 세력은 어찌 보면 과거 고성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결과만을 맛 본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책임보다는 권리를 더 많이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중책을 맡았을 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성숙한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과제다. 이제 노무현 정부에게는 더 이상 핑계가 없다. 지금까지는 지난 정권 탓, 거대 야당 탓을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1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거대 여당이 됐다. 성숙된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지, 이제 그 공은 참여 정부에 넘어 갔다.

'신 여대야소'가 경제에 미칠 영향

좌 원장 =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다. 그간 참여 정부가 옳고 그름을 떠나 개혁적인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야당에게 발목을 잡히는 등 불확실성이 높았다. 여대야소 구도로 여당이 제대로 자리잡고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체제가 되면서 분명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그동안 소수 정당으로서 다소 무책임하게 쏟아냈던 정책들을 재점검해야 한다. 정책 방향이 글로벌 트렌드와 맞는 것인지, 혹시 다른 나라들이 버린 것을 뒤늦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숨을 돌리고 냉철하게 재점검한 뒤 책임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 교수 =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 직전에 말한 대로 정말 앞으로는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펴가길 기대한다. 이번 총선으로 불확실성이 반은 해소됐고, 반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다. 책임의 무게중심이 정부와 여당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해소된 것이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시장 경제로 갈 수 있는지 등 경제 운용의 방향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좌 원장 = 글로벌 트렌드라는 말로 표현을 했지만, 21세기 인류 보편의 가치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다. 그런 측면에서 열린우리당이나 민노당의 일부 정강 정책을 보면 우려의 소지가 다분하다. 차제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확립을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가 필요하다.

김 교수 = 또 하나의 불확실 요인이 있다면 대북 관계다. 안보가 있어야 경제도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고 국내 문제로만 이전투구를 해왔는데 이제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일부 젊은 계층은 무조건 반미를 외쳐대는데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했다. 미국이라는 오랑캐를 이용해 중·일·러 등 주변국을 견제하는 슬기로움이 있어야 한다.

성장이냐, 분배냐

김 교수 = 분배의 가장 중요한 지름길은 성장이다. 정권 초기부터 분배 위주의 정책을 내세웠던 열린우리당은 물론이고 이번에 원내 진입에 성공한 민노당의 경우 한 발 더 나아가 무료 의료 서비스 등 다소 과격한 정책들을 내놓았는데 결국 그 비용은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성장 없이는 분배의 비용을 누구도 충당할 수 없다.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껍데기는 과감히 벗어 던지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때다.

좌 원장 = 부연하자면 자유민주주의는 잘못 해석되면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을 지향하는 포퓰리즘으로 간다. 기회의 평등을 기초로 능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경제는 설 자리가 없다.

김 교수 = 자유민주주의는 시장 경제와 맞물려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우리 경제를 바로 세우는 가장 중요한 축이라는데 의심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극빈자나 고령자 등에 대한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요구된다. 해법은 모더레이션(중용)이다. 판을 깨 부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지나치지 않게 모두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다.

총선 후 최대 경제 현안

좌 원장 = 일자리 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거창한 이념을 벗어 던지고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성공적인 정부가 될 것이다. 통화나 재정 정책 등 거시 정책은 이제 국가 간 차이가 그다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미시적인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은 나라마다 이념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이 나라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김 교수 = 어떤 일자리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는 쉽다. 공기업에 강제 할당하면 된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쪽으로 재편되면서 정보와 지식 산업이 주력이 되고 있다. 정보와 지식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이 있어야 한다. 경쟁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경쟁에 따른 부작용은 막아야 하지만 경쟁 자체는 장려돼야 한다.

좌 원장 = 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싶은 가장 실용적인 정책방안이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일 목표를 위해 대통령이 월 1회라도 일자리의 흐름을 짚는 부처 회의를 갖는 것이다. 산업 부문 별로 어떤 일자리가 늘고 줄었는지를 정례적으로 점검한다면 해법이 보일 것이다. 이렇게 1년만 꾸준히 한다면 경제의 방향이 잡힐 것이다.

김 교수 = 그리고 이제부터는 경제 원로를 비롯해 주변의 조언을 많이 듣고 참조했으면 한다. 혹시 반대편의 입장에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좌 원장 =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가계 부채다. 전 국민이 지난 5∼6년간 남의 돈, 즉 빚으로 먹고 살았던 것 같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이 역시 일자리가 창출돼 국민들의 소득이 높아지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

김 교수 = 노 대통령 임기가 3년10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제는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정치적 행사는 없다. 지난 1년을 총선 준비에 쏟아 부었다면 이제는 정말 정치는 뒷전으로 하고 경제에 총력을 다할 때다. 여기에 현 정부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민노당 약진의 영향

좌 원장 = 국회가 우에서 좌까지 모두 포진하면서 다양성을 갖췄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극단적인 깃발을 들 경우 다른 이들도 우르르 쫓아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민노당의 원내 진출이 기업 입장에서 우려되는 것도 그 부분이다. 특히 1당인 열린우리당이 필요할 경우 민노당과 협력을 할 텐데 법, 제도적인 측면에서 기업 활동에 제약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김 교수 = 민노당은 그간 원외에 있었기 때문에 과장된 구호를 내세운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는 삭발, 단식 등 이벤트성 행위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원내에 들어온 이상 이벤트성으로만은 안 된다. 민노당 스스로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하는 만큼 책임 없는 발언은 자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리=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김병주 교수

1939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동대학원 경제학석사-미 프린스턴대학원 경제학 박사 서강대 경제정책대학원장 국무총리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서강대 명예교수겸 KDI 초빙교수(현)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1947년생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KDI 선임연구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 국제자유도시포럼 공동대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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