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38)씨는 양쪽 시력이 1.0으로 모두 좋아 주위로부터 '돈 벌었다'는 부러움 섞인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런 그의 시력이 최근 들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요즘 너무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며 지나쳤으나 눈에 힘을 주지 않으면 20㎝ 정도 떨어져 있는 결재서류의 글자도 보이지 않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노안(老眼) 때문에 생긴 시력감퇴라는 진단을 내렸다. 김씨는 창창한 나이에 돋보기를 쓴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측은한 생각에 일손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노안은 대개 45세 전후가 되면 찾아오지만 최근에는 30대 후반에도 적잖게 발생한다. 컴퓨터와 TV 등으로 눈을 너무 혹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의사 진단도 없이 아무데서나 돋보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잘못하면 눈을 아주 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왜 생길까?
눈으로부터 25∼35㎝ 정도에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를 '노안' 또는 '노시(老視)'라고 한다. 젊었을 때 근시나 원시가 노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눈으로 똑똑하게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점인 근점이 정상보다 먼 원시는 상대적으로 노안 현상을 젊은 나이에 경험하게 되고, 반대로 근시에게는 비교적 노안이 늦게 찾아온다.
노안의 초기 증상은 신문이나 책을 읽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또 한참 책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잠시 흐릿하게 보이고, 책을 읽으면 눈에 심하게 피로가 오면서 머리가 아파서 책을 읽기가 싫어지기도 한다. 근시인 사람은 안경을 벗고 보아야 글씨가 잘 보인다.
노안이 의심스러우면 일단 명함과 자를 이용해 노안의 정도를 정확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센티미터 자의 한쪽 끝을 측정하려는 눈 아래 얼굴 뼈에 갖다 대고 명함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거리에서 시작해 서서히 눈 가까이로 가져오며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거리를 측정해 기록하면 된다. 보통 20∼30대는 10㎝, 40∼50대는 30㎝, 60대 이상은 100㎝ 정도다.
노안의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대개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조절 능력을 잃는다는 것과 평생 서서히 자라는 수정체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조절능력을 잃게 된다는 것.
따라서 젊음을 유지하는 것밖에는 이렇다 할 노안 예방법이 없는 실정인데, 눈에 좋은 음식이나 약을 먹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인체의 노화를 방지하는 운동 등에 힘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책이나 신문 등을 읽을 때 조명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조명의 밝기는 400∼700럭스(천장에 60와트 백열등 한 개에 책상에 20∼40와트 짜리 스탠드 형광등을 설치한 상태)가 적당하다. 빛이 왼쪽 위에서 비치게 해서 그늘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인쇄상태나 종이 질이 좋지 않은 책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흔들리는 차에서 독서하는 것도 삼간다.
최신 수술법과 한계
노안을 치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돋보기 착용이다. 젊은 나이에 돋보기를 쓰는 것이 꺼려진다면 수술을 하거나 다중 초점렌즈(일명 누진 초점 렌즈)를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술로 노안을 교정하는 방법은 각막의 모양을 변형시키거나 인공수정체를 이용하거나 공막(흰자위)에 시술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아직 부작용이 없는 획기적인 수술법은 없다.
가장 많이 시술되는 수술법은 수정체의 가장 바깥쪽인 각막의 모양을 '엑시머 레이저'로 깎는 방법이다.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깎는 모양을 달리해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이 달리 맺히게 하는 것이다. 다초점 렌즈를 연상하면 된다.
최근에는 각막 주변에 레이저를 쪼여 각막을 수축시킴으로써 중심부를 볼록하게 만드는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LTK)'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각막을 돋보기처럼 만드는 방법인데 주로 한쪽 눈에만 시술하는 '짝눈 시술법'이다. 시술한 한쪽 눈은 가까운 곳을 보고 그렇지 않은 눈은 먼 곳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 수술법은 원시가 있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지만 시술을 받은 지 1∼2년이 지나면 대부분 원래의 시력으로 되돌아온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각막 주변부를 고주파 침 치료로 수축시키는 '각막 열 성형술(CK)'이다. 각막 주변을 빙 둘러 8∼32개의 고주파 침을 놓아 각막 실질을 골고루 태우면서 수축시키기 때문에 효과가 확실하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낮다.
원래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인공수정체 이식'은 백내장이 있는 환자에게 주로 시술하는데, 빛의 대비 감도가 떨어져 사물이 뚜렷이 보이지 않거나 밤에 불빛이 퍼져 보이는 단점이 있다.
공막을 절개하거나 공막 내에 밴드를 삽입해 모양체와 수정체 사이의 간격을 넓혀줘 수정체의 조절력을 높이는 '공막시술법'은 유일한 노안 교정 시술법이라 할 수 있지만 아직 효과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안과 서경률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의상 고려대 구로병원 김용연 교수>도움말=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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