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999년 흡연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와 KT&G(구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낸 첫 집단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KT&G가 보유하고 있는 담배연구자료 및 경영진 보고자료 등을 직접 검증키로 했다.이번 검증 대상 문서에는 KT&G측이 그동안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던 자료가 다량 포함돼 있어 국가와 KT&G가 담배의 유해성 및 중독성 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조관행 부장판사)는 원고측 신청을 받아들여 19일 대전 유성구 신성동에 있는 KT&G 중앙연구원에서 담배연구 문서 등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검증은 재판부가 KT&G측에 최종 '문서제출 명령'을 내리기에 앞서 법원에 제출할 문서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담배연구 문서가 공개된 적은 없었다.
검증 대상 자료에는 1958∼2000년 담배연구자료와 1993∼1999년 경영진에 보고한 연구 결과물 등 786건의 문서가 망라돼 있으며 이 가운데 '담배 연기 중 가스 단계 분석에 관한 연구' '여성의 간접 흡연 실태와 폐암과의 연관성' 등 KT&G측이 '영업비밀' '상관성 없음'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375건의 문서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현장 검증을 통해 KT&G측이 밝힌 이유가 타당한지 여부 등을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피해자측 배금자 변호사는 "이번 현장 검증은 담배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증거조사 절차"라며 "법원에 의해 담배연구문서 제출이 결정되면 담배의 유해성과 폐암 유발성, 니코틴의 중독성 등을 일찍부터 알았으면서 이를 은폐해온 피고측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담배를 피워오다 폐암과 후두암 등에 걸린 김모(61)씨 등 환자 6명과 가족 등 31명은 99년 12월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널리 알릴 의무가 있는데도 숨겨왔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총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한편 이 사건과 별도로 진행된 담배연구문서 정보공개 청구소송은 다음달 12일 대전지법에서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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