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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47> 손저림 증상이 잘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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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47> 손저림 증상이 잘 나타날까

입력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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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요리 빨래 청소 남편과 아이 뒤치다꺼리에 한평생 쉴새없이 혹사당하는 주부의 손…. 집안 일에는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이나 자녀를 두었다면 여성의 손은 아마 더 험한 상태일 것이다. 온몸이 찌뿌드드해지는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중년여성들은 한결같이 손저림 증상을 호소한다. 손이 저려 잠에서 깨고, 손이 시려 물에 손담그기를 꺼리게 된다. 부지런히 놀려왔던 손가락의 감각이 둔해지면서 젓가락질이 갑자기 서툴어지거나 물건을 잘 떨어뜨리게 된다. 손, 심한 경우 목 어깨까지 아프다고 호소하고 손가락 색깔이 변하기도 한다. 외상을 입은 것도 아닌데, 손저림 증상은 왜 나타날까.

물일 많이 하면 손목터널증후군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교수는 "손저림증 원인을 찾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를 실시한다"면서 "말초혈액 순환장애나 중풍 초기증상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겁부터 내는 여성이 많은데, 이런 원인은 드물고 대부분은 손목터널(수근관)증후군이라고 하는 신경압박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근관(手根管)이란 손가락과 손바닥의 감각을 담당하는 손목(정중)신경과 손의 근육이 통과하는 통로로, 뼈와 인대로 둘러싸여있다. 수근관증후군이란 수근관 속 신경이 압박을 받아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첫째 둘째 셋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의 절반부분에만 나타난다. 또 손바닥에만 증상이 있고 손등에는 증상이 없다.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운전 도중이나 밤에 잠을 잘 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자다가 손과 손목이 저려 잠에서 깨고, 손을 주무르거나 털면 증상은 덜하게 된다.

백교수는 최근 단국대병원 동국대병원 등 전국 7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수근관증후군으로 진단받은 환자 672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80%가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45∼54세(33%)가 가장 많았다. 백교수는 "특히 환자의 41%는 물일을 많이 하는 가정주부"라면서 "과도한 손목사용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타이피스트 악기연주자 조리사에게도 수근관증후군이 많이 발생한다. 또 임신부나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류마티스 관절염과 동반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는 과도한 손목 사용을 삼가고 쉬는 것이다. 약물이나 주사(스테로이드)요법, 혹은 보조기(스프린트)요법 등을 실시하며 신경손상이 심하다면 수술을 받는다.

단순작업 반복으로 근막통증후군

수근관증후군이 신경이상의 문제라면, 근막통증후군은 근육이 뭉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주로 30∼49세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백교수는 "근막통증후군은 스트레스 긴장 수면장애 피로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컴퓨터 작업처럼 고정된 자세로 단순반복작업을 하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나쁜 자세로 밤에 잠을 잤거나, 오랜 시간 TV시청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목과 어깻죽지에서 손이나 팔로 뻗치는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목디스크나 골막염 류마티즘 신경통 등으로 오진되기도 많다.

백교수는 "근막통 증후군은 피검사나 X레이검사로는 확인되지 않아 사실 진단이 쉽지 않다"면서 "CT MRI 초음파 근전도 등 다양한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이 없는지 반대로 체크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막통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자주 스트레칭을 실시, 근육이 뭉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활의학과에서는 압통점(근육이 밧줄처럼 단단하게 뭉쳐져 아픈 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사, 뭉친 부위를 풀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열찜질 초음파치료 마사지 등 물리치료가 동원되기도 한다. 백교수는 "초기에 근육 통증을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목디스크로 손끝감각 떨어질 수도

여성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목디스크도 손저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저림 증상은 보통 목이나 어깨에서 시작, 손가락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또 목에서 손끝까지 전기가 오는 듯 찌릿찌릿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손끝 감각이 무뎌진다.

목디스크는 X레이 CT MRI검사를 통해 진단받게 된다. 백교수는 "80∼90%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만으로 좋아지지만 2개월 이상 물리치료를 받아도 좋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손가락통증 호소 말초혈액순환장애

말초혈액이 찬공기나 찬물에 닿았을 때 갑자기 순환이 잘 안되면서, 손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백교수는 "손저림보다는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류마티스성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버거씨병 동맥경화증 등이 있을 때 말초혈액 순환장애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컴퓨터 키보드나 피아노를 많이 쳐 손끝이 자꾸 충격을 받았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찬물에 손을 넣었을 때 손가락 끝이 희게 변하고 팔목 부위의 맥박이 약해지는 증상을 '레이노드 현상'이라고 부른다. 백교수는 "레이노드 현상을 보이는 환자는 가능한 찬 공기와 맞닥뜨리지 않도록 장갑을 착용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뇌졸중이나 심장병 신호일 가능성

드물게 뇌졸중(중풍)이나 심장병의 전조증상으로 손저림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뇌졸중 환자는 갑자기 팔다리가 저린 증상을 보이는데, 같은 편 손에서 저림증이 나타나게 된다.또 갑자기 말이 어눌해져 혀짧은 소리를 하게 된다. 심장병 환자에게도 손이나 팔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장병의 주요 증상은 쥐어짜는 듯 심한 가슴의 통증이다. 이와 함께 숨이 가빠지고, 구토증세와 함께 등이나 팔 턱 어깨 팔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세는 더 강력한 뇌졸중이나 심장병 발작이 일어나기 전 나타나는 전조증상일 수 있으므로 서둘러 병원으로 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당뇨나 신장병환자와 말초신경염

당뇨병이나 신장병 환자, 항암치료를 받은 암환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도 손과 발끝이 저린 증상을 경험한다. 얼얼하거나 타는듯한 느낌, 경련, 감각저하 등 증상이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생기고, 심하면 보행장애가 올 수도 있다. 백교수는 "당뇨환자나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말초신경에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당뇨환자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궤양까지 나타날 수 있으며 체중감소 요실금 증상까지 동반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혈당조절만 잘 한다면 당뇨병성 말초신경염은 좋아질 수 있다.

얼굴 화끈 땀나면 갱년기 증상때문

폐경을 맞은 갱년기 여성이 특징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은 안면홍조이다. 초기엔 얼굴만 화끈거리던 증상이 어깨와 가슴 손으로 퍼지면서, 손저림 증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손이 뜨겁다'는 열감 증상 후에 오한 식은땀 등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백교수는 "이런 환자들은 검사해보면 사실 병적인 신체이상은 없다"면서 "에스트로겐 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낮아지면서 체내 호르몬 균형이 깨져 발생하는 증상으로 폐경이후 약 5년정도는 지속된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다면 호르몬 보충요법이나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면 좋다.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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