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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의료학술대회 경품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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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의료학술대회 경품 이제 그만

입력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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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을 맞아 춘계 의료학술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의사들에게 학회는 관심 분야의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이지만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 입장에서는 의사들에게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다. 제약사들은 이를 위해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입체 장기모형에서부터 골프채, 가방, 노트북 등 기념품과 경품도 다양하게 준비한다. 심지어 골프대회를 열어 몇 천 만원짜리 자동차를 경품으로 주기도 한다. 의사들에게 학회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인 셈이다.

제약사나 의료기기회사에서 홍보비로 얼마를 쓰든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과다한 홍보비는 약과 의료기기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낳고 결국 모든 부담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요즘 같은 때도 그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최근에도 국내 대형 5개 제약사가 의사와 약사에게 5억원 가량의 경비를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렇게 리베이트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자 대한비뇨기과학회는 23일 부산에서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에 학회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들의 경품 제공 행위를 금지키로 했다. 국내 학회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학회의 최황 이사장(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학술대회가 본연의 학술 목적을 떠나 제약사 및 의료기기 업체의 과도한 마케팅 전략 등으로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일부 의사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보여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학술대회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도 앞으로는 비디오 상영 등 문제의 소지가 없는 홍보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의학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의료 학술대회 때마다 끊이지 않던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들 간의 리베이트 의혹을 불식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개업의는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경품 거부뿐만 아니라 해외 학회에 의사가 나갈 때 항공ㆍ호텔숙박료는 물론이고 쇼핑비까지 제공받는 관행도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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