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16일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대화의 정치' 방침을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경내에서 산책한 뒤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다만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당선자 등 영남권의 열린우리당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당선된 것 자체가 정치개혁"이라고 말하며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윤태영 대변인은 개표가 마무리된 뒤 논평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희망의 정치를 펼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기자들과 산행을 하면서 "총선 후에는 숨쉬기가 좀 나아질 것"이라며 법적인 대통령 직무 외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일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조만간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나는 등 탄핵 심판 후의 집권 2기에 대비한 국정운영 프로그램 다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고심할 주제는 '대화와 상생의 정치' , 우리당 입당, 내각·청와대 개편, 개혁 추진 로드맵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과 청와대 개편은 헌재의 탄핵 심판이 이뤄지고 17대 국회가 출범하는 전후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과도기를 잘 관리해온 고건 총리를 교체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또 공석 상태인 정무수석 등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 보좌진 보강 작업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은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복권하거나 여야 정치권이 탄핵 철회를 합의할 때에 우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소수 여당 체제에서는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개혁 작업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재벌 개혁을 위한 법 개정, 국가보안법 및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이 여권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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